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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최초로 우주인을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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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는 있다.

우리 시대의 슈퍼맨, 오타니 쇼헤이의 크립토나이트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2021년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두 개의 칼을 함께 휘두르기 시작했다. 9승 46홈런은 1919년 베이브 루스의 9승 29홈런을 아득히 뛰어 넘는 기록었으며, 100이닝 100삼진 100타점 100득점 100안타를 동시에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하지만 ‘Ohtani Invasion’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팀이 있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오타니는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첫 6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5.92에 그쳤다. 부진하기만 했던 게 아니라, 데뷔 시즌 팔꿈치 부상을 당한 경기도,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와 다시 부상을 당한 경기도, 애스트로스전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2022년 4월21일, 휴스턴 원정 등판이 5번째였던 오타니는 1회초 1번 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냈다. 에인절스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다. 타선이 한 바퀴 돌아 1회초 두 번째 타석에 나선 오타니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선발 투수가 첫 공을 던지기 전에 타석에 두 번 들어선 건, 기록 추적이 가능한 1900년 이후 최초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투수는 보통 9번 타자 또는 8번을 맡기 때문에 투수가 1회초에 두 번 등장하려면 한 이닝에 18명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1번 타자였고, 이닝의 10번째 타자가 두 번째로 등장하는 오타니가 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건 투수 오타니였다. 오타니는 스위퍼라는 신무기를 가지고 애스트로스 타자들을 농락했다. 5회까지 오타니는 15명을 상대로 11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모든 시선이 오타니의 퍼펙트 도전에 쏠렸다. 

 

6회말 선두타자였던 니코 구드럼은 오타니가 던진 초구에 번트를 댔다(결과는 파울). 관중석에서는 놀랍게도 야유가 흘러 나왔다. 정정당당하게 붙으라는 휴스턴 홈 팬들의 요구였다. 메이저리그에는 노히트에 도전하는 투수에게는 기습 번트를 대지 말라는 불문율이 있다.

 

결과는 12번째 삼진. 오타니가 6회 1사까지 퍼펙트를 끌고 온 건, 데뷔 시즌(2018) 두 번째 경기에서 7회 1사까지 퍼펙트를 한 이후 가장 긴 기록이었다.

 

오타니는 다음 타자인 제이슨 카스트로에게 안타를 맞지만, 6이닝 12K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 해 오타니를 위해 개정된 룰에 따라, 마운드에서 내려와도 타석에서는 교체되지 않았고, 4타수2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애스트로스는 그 경기를 1안타 1볼넷으로 마쳤는데, 타자 오타니는 휴스턴보다 더 많은 안타와 더 많은 출루를 기록했다. 

 

투수 오타니를 81구 만에 교체한 조 매든 감독은 오타니에게서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타니가 퍼펙트를 이어갔다면 투구수와 상관없이 끝까지 던지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타니는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다음 번에도 6이닝 12K 1실점, 그 다음 번에도 8이닝 무볼넷 1실점, 그 다음 번에도 5이닝 7K 1실점으로 네 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갔다. 어느새 오타니의 천적이었던 애스트로스에서, 애스트로스의 천적인 오타니가 되어 있었다.

<사진 출처> LA 다저스 공식 트위터

 

하지만 오타니와 애스트로스의 대결은, 다음 라운드를 남겨 두고 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떠나 입단한 팀이 운명적이게도 다저스이기 때문이다.

 

애스트로스는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사인 훔치기를 했고, 그 피해자는 다저스였다. 커쇼는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11K 1실점의 압도적인 피칭을 했지만, 5차전에서는 4.2이닝 6실점에 그쳤다. 1차전이 다저스타디움 경기였다면, 5차전이 열린 곳은 휴스턴이었고, 애스트로스가 쓰레기통을 두들기는 것으로, 커쇼가 어떤 공을 던질지를 타자들에게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다저스 팬들은 애스트로스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2025년 6월17일,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가 투수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100마일을 던진 오타니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했고, 28구를 던졌다.

 

그 사이 오타니도 애스트로스에게 갚아줄 빚이 생겼다. 끝난 줄 알았던 애스트로스 공포증이 재발했던 것이다. 2023년 오타니는 애스트로스를 상대한 3경기에서 3패 5.50에 그쳤고,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슈퍼맨과 크립토나이트는 어떤 결말을 가지고 있을까.

 

슈퍼맨이 주인공인 드라마 ‘스몰빌’에서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로 만든 팔찌를 차고 일반인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오타니가 투수로 은퇴하지 않는 한, 애스트로스라는 크립토나이트가 그의 팔에 채워질 일은 없을 것이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애스트로스를 상대하게 될 투수 오타니의 모습이라니. 벌써부터 짜릿해지는 건, 뭐 당연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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