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o Crazy, Folks! Go Crazy!

조회 295

2025년 월드시리즈 7차전.

 

미겔 로하스의 타구가 로저스센터의 좌측 펜스 위로 날아갔을 때,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감쌌다.

 

제프 호프먼의 슬라이더를 받아친 로하스의 홈런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나온 역대 최초의 9회 동점 홈런으로, 다저스와 로버츠 감독을 월드시리즈 패배의 위기에서 구한 한 방이었다.

 

더 놀라운 건, 홈런을 친 선수가 한 경기에서 3개를 몰아친 적이 있는 오타니 쇼헤이도, 역대 최초로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 두 개를 친 프레디 프리먼도 아닌, 포스트시즌 통산 57타석 1홈런의 로하스라는 것이었다.

 

좌완을 잘 공략하지만 우완에게는 쩔쩔매는 로하스는 우완 상대 정규시즌 성적이 182타석 1홈런이었다. 그마저도 큰 점수 차에서 올라온 포수 로건 포터(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때려낸 것으로, 로하스가 '정상적인 우완'을 상대로 친 마지막 홈런은 무려 410일 전이었다.

 

결국 다저스는 연장 11회초, 로하스가 날렸던 곳으로 윌 스미스가 월드시리즈 7차전 최초의 연장 홈런을 다시 날렸고, 메이저리그에서는 25년 만에 나온 리핏 팀이 됐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나온, 가장 예상 못한 홈런은 무엇이었을까.

 

피츠버그 빌 마제로스키는 1960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9-9로 맞선 9회말에 양키스를 침몰시키는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나온 끝내기 홈런은 지금도 유일하다. 마제로스키는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 11개를 기록했고,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도 하나를 때려냈기 때문에 놀랍긴 했지만 누구도 예상 못한 수준은 아니었다.

 

모두의 예상을 깬, 가장 충격적인 끝내기 홈런이 나온 건 198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이었다.

 

 

아지 스미스는 물리 법칙을 파괴하는 환상적인 수비로 '오즈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19시즌 1만778타석에서 기록한 홈런이 28개였을 만큼 파워는 없다시피 했다.

 

더 놀라운 건 스위치히터였던 그가 더 많이 들어서는 좌타석에서는 아예 홈런을 못 친다는 것이었다. 원래 우투우타였던 스미스는 빠른 발을 활용하기 위해 스위치히터가 됐는데, 좌타석에 들어서면 파워 제로의 타자가 됐다.

 

스미스는 1985년까지 첫 8시즌을 뛰면서 우타석에서 1459타석 13홈런을 기록한 반면, 좌타석에서는 3358타석 무홈런이었다.

 

다저스와 카디널스가 22패로 맞선 NLCS 5차전. 다저스 토미 라소다 감독은 2-2로 맞선 9회말이 되자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톰 니든퓨어로 교체했다. 발렌수엘라가 좌완인 반면,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인 니든퓨어는 우완이었다. 이는 스미스가 좌타석에 들어서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윌리 맥기가 범타로 물러나고 스미스가 들어왔을 때, 좌타석의 스미스를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2스트라이크가 되자, 라소다 감독은 포수인 마이크 소시아에게 정면 승부를 지시했다. 어차피 스미스가 홈런을 칠 확률은 제로였다.

 

홈런을 기대하지 않은 건 스미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스미스는 어떡해든 출루한 다음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 2루를 훔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니든퓨어가 던진 4구의 종착지는 그라운드의 밖이었다. 우측 담장을 넘어간 충격적인 끝내기 홈런에, 카디널스의 전담 캐스터였던 잭 벅은 이렇게 외쳤다.

 

스미스가 오른쪽 라인으로 당겼습니다 (Smith corks one into right, down the line)

 

이거, 넘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It may go)

 

여러분, 미쳐봅시다! (Go Crazy, Folks. Go Crazy)

 

홈런입니다! (It's a home run)

 

6차전에서도 잭 클락이 니든퓨어를 상대로 9회초 역전 스리런을 날린 카디널스는 2연패 후 4연승으로 다저스를 꺾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에서는 7차전 대결 끝에 같은 미주리주 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 패했다.

 

자신도 믿을 수 없었던 좌타석에서 친 끝내기 홈런에 대해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도와준 것 같습니다. 아니면 오즈(the Wizard)가 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게시판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