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완투승' 로빈 로버츠
사이 영은 선발로 나선 815경기에서 749경기를 끝까지 던져 통산 완투율 92%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이 뛴 시대는 공에 반발력이 없어 투수들이 유리했던 데드볼 시대였다. 영이 41선발 40완투를 기록한 1904년의 리그 평균 완투율은 88%였다.
2024년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케빈 가즈먼(토론토)은 두 번씩의 완투를 하고 공동 1위에 올랐다. 2024년의 평균 완투율은 0.6%였다.
공에 반발력이 생기고 선발투수들의 완투율이 30%대로 떨어지기 시작한 1950년대에 완투의 대명사인 투수가 있었다.
300승도 3000K도 달성하지 못했고 사이영상 수상 실적도 없으며, 통산 승률도 .539(286승245패)에 불과하지만, 1950년대 최고의 투수로 불렸던 로빈 로버츠다.
로버츠는 609선발 305완투로 통산 완투율 50.1%를 기록했는데, 1952년부터 1956년까지는 5년 연속 리그 1위를 했다. 그리고 불멸의 28연속 완투를 달성했다.

1952년 7월20일부터 8월19일까지 9경기에서 7개의 완투승과 2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로버츠는 8월24일 컵스전에서 7이닝 3실점 패전을 안았다. 하지만 다음 경기부터 완투 행진을 재개했다.
로버츠는 1952년의 마지막 8경기에서 모두 완투승을 따냈는데,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17이닝 18피안타 6실점(5자책) 완투를 한 경기도 있었다. 로버츠는 8회까지 6실점을 했지만 필리스는 8회말 4득점으로 6-6 동점을 만들었다. 8이닝 6실점이었던 로버츠는 9회부터 17회까지 9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17회말에 끝내기 홈런이 나왔다. 투구수는 남아 있지 않지만 한 명당 4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284구가 된다. 로버츠는 한 경기에서 17이닝을 던진 마지막 투수가 됐다.
완투 행진은 이듬해로 이어져, 로버츠는 1953년 첫 선발 20경기에서 13번의 완투승와 6번의 완투패를 기록했다. 승패가 기록되지 않은 한 경기는 4월3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으로, 로버츠는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던 중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고, 재개되지 못해 무승부가 선언됐다. 28경기 연속 완투에서 8회 이상을 던지지 않은 유일한 경기였다.
7월5일 피츠버그전은 28연속 완투의 마지막 경기이자 가장 극적인 경기였다. 로버츠는 0-0으로 맞선 10회초에 2사 후 2루타를 치고 나갔고, 1번 코니 라이언과 2번 리치 애시번의 연속 적시타가 이어져 두 점을 얻었다. 결승 득점을 올린 로버츠는 10회말을 마무리하고 10이닝 완봉승을 달성했다(2-0).
28경기 연속 완투는 라이브볼 시대(1920) 역대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그 다음 기록은 릭 랭포드(1980)의 22경기 연속 완투다. 리오 듀로서 감독은 로버츠는 1회보다 9회가 더 무섭기 때문에 그를 만나면 초반에 전력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로버츠는 어떻게 완투 머신이 될 수 있었을까. 완투가 많았던 당시에도 독보적일 수 있었던 건 최고의 제구 덕분이었다. 로버츠는 거의 매년 9이닝당 최소 볼넷 1위에 오른 덕분에 공을 적게 던질 수 있었고, 1950년부터 1955년까지 6년 연속으로 300이닝을 달성했다. 필리스의 포수들은 로버츠가 나오는 날은 흔들의자에 앉아서 공을 받아도 된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로버츠가 그렉 매덕스 같은 기교파 투수였던 건 아니다. 로버츠와 130번이나 대결했던 어니 뱅크스는 "내가 평생 상대한 투수 중 로버츠의 패스트볼이 가장 빨랐다. 공이 마치 얼음판 위를 미끄러져 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로버츠가 건강했던 건 대단히 부드러운 투구폼 덕분이었다.
로버츠는 포수의 사인을 받으면 곧바로 던져 타자들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또한 타자에게 위협구를 던지거나 심판에게 항의하는 일도 없었다. 로버츠는 자신의 피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야구라는 게임은 단순합니다. 공을 던지고, 치고, 잡는 것뿐이죠.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는 타자들을 속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던졌고, 내 공을 가지고 타자들에게 도전했을 뿐입니다."
역대 2위에 해당되는 505개의 피홈런은,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4688이닝을 던진 그에게는 훈장이었다.
로버츠는 독특한 관리법으로도 유명했다. 투수들은 피칭을 마치면 아이싱을 한다. 전력으로 공을 던지고 나면 관절 내부가 부어오르고 미세 혈관이 터지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얼음 찜질을 해주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내부 출혈과 붓기를 막아준다.
하지만 로버츠는 경기를 마치면 오랫동안 뜨거운 물 샤워를 했다. 보통의 투수들에게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로버츠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약 로버츠가 경기 후 아이싱을 했다면? 메이저리그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