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 59이닝을 물어뜯다
"넌 네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어. 타자들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던지고 있잖아. (You don't believe in yourself. You're pitching like you're afraid of them.)"
"내가 별명을 만들어 줄 테니, 앞으로는 그 별명에 맞게 살아봐. 이제부터 네 이름은 불독이야. (I'm going to give you a nickname, and I want you to live up to it. From now on, your name is Bulldog.)"
"마운드에 나가면 불독 같은 태도로 싸우란 말이야! (I want you to go out there with a bulldog attitude and fight!)"
별명을 지어준 다음날, 토미 라소다 감독은 오렐 허샤이저를 마운드에 올린 다음 마치 모두가 듣기를 바란 것처럼 크게 외쳤다.
"가라, 불독! (Go get' em, Bulldog!)"
라소다 감독이 지어준 별명대로, 허샤이저는 타자들을 거침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불독으로 불리기 시작한지 4년이 지난 1988년. 허샤이저는 34경기에 선발로 나서 15경기를 완투했다. 8번은 완봉승이었다. 그는 완투를 하면 할수록 강해졌다.
8월30일 몬트리올 원정 경기에서 2실점 완투승을 따내면서 마지막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허샤이저는, 9월과 함께 질주를 시작했다.
9월5일 애틀랜타전, 10일 신시내티전, 14일 애틀랜타전, 19일 휴스턴전, 23일 샌프란시스코전의 5경기 연속 완봉승으로 49이닝 연속 무실점을 만든 허샤이저는 시즌 최종전도 완봉을 하면 돈 드라이스데일이 가지고 있는 58이닝 연속 무실점(1968)과 타이를 만들 수 있었다.
허샤이저는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9이닝 무실점을 했지만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다. 라소다는 새로운 기록을 써 달라며 허샤이저를 10회에도 올렸다. 허샤이저는 10이닝 무실점을 통해 59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새 역사를 만들었다(경기는 16회까지 진행됐다).
마침 라디오 해설자로 그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던 드라이스데일은 허샤이저가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자 중계석을 뛰쳐나가 그라운드로 내려갔다. 그리고 허샤이저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자신의 기록이 깨진 것보다 팀 후배가 새로운 기록을 만든 것을 진심으로 기뻐한 그였다. 하지만 허샤이저의 시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저스는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NLCS 상대는 동부 우승 팀인 뉴욕 메츠였다. 1차전에 등판한 허샤이저는 8회까지 무실점을 하고, 비공식이긴 하지만 67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허샤이저는 NLCS와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3승 1세이브를 기록하고 NLCS와 월드시리즈의 MVP가 됐다. 허샤이저가 42.2이닝을 던지며 ERA 1.05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다저스 선발들은 34.1이닝 ERA 5.24에 그쳤다.
사실 허샤이저에게는 라소다가 지어준 별명 외에도 또 다른 무기가 있었다. 위기가 올 때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썼던 그 만의 방법은, 혼잣말로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는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자주 잡혔는데, 자기에게 욕을 하는 걸로 오해한 타자들도 있었다.
1988년에만 310이닝을 던지고, 1987년부터 1989년까지 3년 동안 연평균 277이닝을 던진 허샤이저는 1990년에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당했다. 수술을 집도한 프랭크 조브 박사는 그의 어깨 상태에 대해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조브는 세계 최초로 전방 관절낭 재건술을 했고, 허샤이저는 고통스런 재활을 견뎌내고 돌아왔다. 하지만 예전의 구위는 되찾을 수 없었다.
34살의 허샤이저가 세월의 무게와 싸우고 있던 1993년. 56세의 드라이스데일은 원정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몬트리올을 방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 시간이 됐는데도 중계석에 나타나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들이 경찰과 함께 호텔 방의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침대 위에서 숨을 거둔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허샤이저는 드라이스데일을 추모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누군가가 내 기록을 깨려 한다면, 나는 기꺼이 응원할 것이다. 내가 59이닝 연속 무실점을 달성했을 때 돈이 나를 찾아와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베풀어주었던 그 품격과 존중을, 나 역시 보여주고 싶다."
허샤이저는 67세가 됐지만, 그의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과연 그는 자신의 기록을 깨는 누군가를 축하해 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