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는 법
칼럼
우리나라에는 '바람의 손자'로 유명한 이정후 선수의 소속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현재 우리나라는 야구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1980년대 MLB의 얘기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대체로 내셔널 리그 서부 지구의 강호라고 불리며 긴 역사 동안 적지 않은 우승을 해왔지만, 사실은 준우승도 그 못지 않게 많습니다. 1989년 월드 시리즈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대결이었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승리로 끝납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준우승을 한 셈이죠. 물론 내셔널 리그 챔피언 챔피언십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지만, 이 반지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챔피언에게 주는 소장품 그 이상입니다.
이름에도 적혀있다시피, 이 반지의 이름은 "지진"입니다. 우선은 샌프란시스코의 특징에 대해 알아야할 것 같은데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지진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지진이 두 번이나 발생했던 샌프란시스코는 단층과 딱 붙어 있는 지형입니다. 영화 제목이었던 '샌 안드레아스' 단층과 가깝고, 심지어는 헤이워드 단층과도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지진이 발생했던 연도는 각각 1906년과 1989년. 맞습니다. 1989년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수여받은 반지는 그 해에 발생한 역사적인 지진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입니다.
월드 시리즈는 내셔널 리그 우승 팀과 아메리칸 리그 우승 팀이 겨뤄 미국 최고의 팀을 가리는, 규모로 따지면 세계 최대의 야구 무대입니다. 4대 스포츠에 야구가 있는 만큼, 우승팀은 백악관 만찬에 초대될 정도로 그 위상과 대회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1989년의 세계 최고를 가리는 자리에 92승 70패로 내셔널 리그 서부 1위를 기록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리고 99승 63패로 아메리칸 리그 서부 1위를 기록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맞붙었습니다. Battle of Bay, 베이 브릿지 더비로도 유명한 두 팀의 대결에 미국 전역은 주목하고 있었죠.
1차전과 2차전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승리였습니다. 오클랜드의 홈경기라는 이점이 있었을뿐 아니라, 두 경기에서 총 세번의 오클랜드 홈런이 터지면서 이기던 2차전에서마저 샌프란시스코가 역전당했기 때문입니다. 샌프란시스코로서는 중요했던 캔들스틱 파크, 홈에서의 3차전인 1989년 10월 17일. 중요한 경기를 약 30분 남겨놓은 현지 시간 17시 4분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규모 6.9의 로마프리타 지진이 발생한 것이죠. 당시 TV는 경기장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었는데, 카메라가 꺼질 정도로 진동은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 날의 장면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말하자면, 그 영상은 지진이 현재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중계되던 사료가 된 셈이죠. 유튜브에 다음과 같이 검색하면 그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ABC 1989 World Series Game 3 Earthquake
로마프리타 지진의 진동 시간은 약 15초였다고 합니다만, 영상을 보시면 관객들의 비명이 들리는 등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캐스터였던 Al Michaels의 멘트 'The greatest open in the history of television'은 현재까지도 전설적인 멘트로 남을 만큼 중대하고 긴박한 상황이었죠. 당연히, 경기는 지연됐고 관객들과 선수들은 귀가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3차전과 4차전은 오클랜드가 리드를 유지한 채 4-0,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스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치고 승부는 원사이드하게 진행됐죠. 어쩌면 큰 사건이 있었기에 맥없이 끝났을 수도 있구요.
우리는 지금의 스포츠를 목도하고, 열광합니다. 물론 '내가' 봤던 스포츠들에 대해서는 추억하고, 그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생소하기 마련이죠. 그런 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지진' 반지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스포츠들도, 과거와 역사로써 기억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입니다. 스포츠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스포츠로써 과거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고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