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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전설이 탄생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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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스타인브레너는 1973년에 양키스의 구단주가 됐고 1976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신시내티에게 스윕을 당하자 분노를 참지 못했다.

 

스타인브레너의 승부수는 레지 잭슨 영입이었다. 양키스를 990만 달러에 샀던 스타인브레너는 1973년 월드시리즈 MVP인 잭슨에게 5년 296만 달러 계약을 줬다. 당대 최고의 타자이면서 큰 경기에 강했던 잭슨은 양키스에 딱 어울리는 퍼즐이었다.

 

문제는 잭슨의 태도였다. 1976년 한 시즌을 볼티모어에서 같이 보낸 짐 파머는 잭슨에 대해 "오만하다(arrogant)는 단어도 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양키스 입단하고 나서 얼마 후 사건이 터졌다. 5월 스포트(SPORT) 매거진에 실린 잭슨의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이 팀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흘러나옵니다. 내가 바로 음료를 젓는 빨대입니다. 나와 먼슨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음료를 나쁘게 밖에 못 젓습니다."

 

양키스의 주장인 서먼 먼슨이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이 먼슨을 대신해 양키스를 이끌고 있다며, 먼슨을 대놓고 저격한 인터뷰였다.

 

기사가 나간 후 자신은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다며 펄쩍 뛴 잭슨은 스프링캠프 중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양키스가 우승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조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칵테일 잔의 재료들을 지목하자, 기자가 먼저 "그럼 당신이 바로 음료를 젓는 빨대(the straw that stirs the drink) 같은 존재군요?"라고 했고 자신은 그것에 동의했을 뿐, 먼슨을 비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키스 동료들은 이를 믿지 않았고, 가뜩이나 사이가 안 좋았던 잭슨과 먼슨은 물과 기름의 관계가 됐다.

 

잭슨은 등번호를 고르는 과정도 요란했다. 처음엔 그렉 네틀스가 달고 있는 9번을 요구했고, 다음엔 투수 코치가 달고 있던 42번을 달라고 했다. 모두 거절당하자 잭슨이 고른 번호는 행크 애런을 상징하는 44번이었다.

 

정규시즌 활약이 아주 인상적이지 못했던 잭슨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ALCS에서도 단타 2개와 타점 1개에 그쳤다. 양키스도 첫 3경기에서 1승2패에 그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기자들이 먼슨에게 양키스가 가을에 고전하는 이유를 묻자 먼슨은 이렇게 답했다.

 

"가서 미스터 옥토버한테나 물어보세요. 우리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어 줄 사람은 그 친구 아닙니까."

 

(Go ask Mister October. He's the one who's supposed to carry us into the World Series.)

 

양키스는 잭슨의 특별한 활약 없이 4,5차전을 승리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월드시리즈 3차전까지 잭슨의 포스트시즌 8경기 성적은 단타 4개, 타점 2개였다.

  

 

하지만 잭슨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잭슨은 4차전에서 쐐기 솔로홈런(6회)을 날렸고, 5차전은 패하긴 했지만 먼슨과 함께 백투백 홈런을 8회에 날려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열린 6차전. 잭슨과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던 빌리 마틴 감독은 잭슨 대신 다른 선수를 4번으로 쓰려고 했다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에 의해 저지당했다. 잭슨은 이를 알고 마틴 감독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빌리, 오늘 밤 날 믿어봐요. 내가 당신을 위해 이 경기를 잡아줄 테니."

 

마틴은 말 없이 끄덕였다. 그날 잭슨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잭슨은 네 번의 타석에서 딱 세 번의 스윙을 했다. 첫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낸 잭슨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초구에 방망이를 돌려 4-3을 만드는 역전 투런을 날렸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잭슨은 다시 초구를 때렸고 이는 4-3을 6-3으로 만들어주는 투런이 됐다. 잭슨은 마지막 타석에서 다시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양키스는 잭슨의 3홈런 5타점 대활약에 힘입어 다저스를 8-4로 꺾고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날 잭슨은 네 번의 타석에서 7개의 공을 봤고 3번의 스윙을 했으며, 스윙을 할 때마다 공을 담장으로 넘겼다. 전날 마지막 타석을 포함하면 월드시리즈 4연타수 홈런이었다.

 

월드시리즈 역사에 남은 퍼포먼스에, 양키스타디움은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면 잭슨에게 달려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잭슨은 안전을 위해 헬멧을 쓰고 수비를 하러 나갔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러닝백처럼 관중들을 피해 덕아웃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양키스의 2루수 윌리 랜돌프는 경기 후 기자들에게 잭슨을 가리키며 "미스터 옥토버가 저기 있다"고 했다.

 

잭슨은 월드시리즈 MVP가 됐고, 10월의 사나이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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