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로빈슨의 든든한 지원자
1947년 5월13일. 신시내티 크로슬리필드를 가득 메운 백인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검둥이'를 합창했다.
신시내티 덕아웃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장이라도 폭동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 때 다저스 유격수 피 위 리즈가 갑자기 자리를 이탈해 1루를 맡고 있던 재키 로빈슨에게 다가갔다. 리즈는 로빈슨의 어깨에 팔을 둘렀고 웃으며 대화를 나눈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남부 출신 스타인 리즈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란 관중들은 야유를 멈췄다. 이는 로빈슨이 버틸 수 있게 해준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리즈는 로빈슨 대신 나서 로빈슨을 지켰다.
리즈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피부색이어서는 안 된다"며 인종 차별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시즌 후 방문한 고향(켄터키주 루이빌)에서 고향 사람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리즈와 로빈슨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동상은 뉴욕주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에 위치한 메이모니즈 파크(Maimonides Park) 정문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로빈슨의 또 다른 지원군은 에디 스탱키였다. 스탱키는 괴팍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피 위 리즈와 함께 앞장 서서 로빈슨을 지켰다. 스탱키는 1947년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로빈슨에게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인종 통합에 반대하네. 흑인 선수인 당신이 우리 팀에 들어온 것도 전혀 반갑지 않소. 하지만 내 개인적 감정과 상관없이, 당신은 이제 내 동료이고, 다저스의 일원이오. 나는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것이고, 당신의 뒤를 끝까지 지켜주겠소."

신시내티 원정 일주일 전인 1947년 5월9일. 다저스는 필라델피아 샤이브파크를 방문했다. 필리스의 감독인 벤 채프먼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채프먼과 채프먼의 지시를 받은 필리스 선수들은 로빈슨을 향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브랜치 리키 단장과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로빈슨은 가만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스탱키가 나섰다. 필라델피아 출신인 스탱키는 필리스 덕아웃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야 이 겁쟁이들아. 받아칠 수 있는 사람한테나 소리치지 그래?" (Listen, you yellow-bellied cowards, why don't you yell at somebody who can answer back?)
그러자 영화 <42> 속에서 채프먼은 이렇게 대응한다.
"이봐 스탱키! 흑인 밑에서 하수인 노릇 하는 기분이 어때?" (Hey, Stanky, what's it like bein' a nigger's nigger?)
스탱키는 최선을 다해 로빈슨을 지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로빈슨 때문에 다저스를 떠나야 했다.
로빈슨은 원래 2루수였지만 데뷔 시즌에 1루수로 뛰었다. 붙박이 2루수인 스탱키 때문이었다. 스탱키는 로빈슨이 1루 수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다저스는 로빈슨을 2루수로 쓰고 싶어했고, 시즌 후 스탱키를 보스턴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했다.
스탱키 트레이드는 연쇄 효과를 불러왔다. 로빈슨의 2루 전환으로 1루가 비워지자, 길 하지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스는 포수를 포기하고 1루에 전념할 수 있었고, 다저스에서 361개의 홈런을 날려 듀크 스나이더(389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스가 1루수가 된 후 포수는 또 다른 전설적인 선수에게 돌아갔다. 세 번의 리그 MVP를 차지하며 로빈슨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흑인 포수 로이 캄파넬라였다.
스탱키는 로빈슨을 보호한 것과 별개로 훌륭한 선수였다. 뛰어난 신체 조건이나 타격 능력은 없었지만 악바리 같은 근성과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혔다.
스탱키는 포수의 시야를 가리는 타격 자세를 취하며 집요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11시즌을 뛰면서 홈런은 29개에 불과했지만, 볼넷은 996개였다. 1945년에는 1홈런 148볼넷(출루율 .417), 1946년에는 0홈런 137볼넷(출루율 .436 리그 1위)을 기록하기도 했다. 통산 타율은 .268였고 홈런에 대한 공포를 주지도 못했지만 통산 출루율은 .410에 달했다.
리오 듀로서 감독은 스탱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탱키는 칠 줄도 모르고, 달릴 줄도 모르고, 수비할 줄도 모른다. 그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건, 이기는 것이다." (He can't hit, he can't run, he can't field. All he can do is w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