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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미치게 하는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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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보스턴 레드삭스는 마지막 날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극적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상대는 내셔널리그 우승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보스턴은 1903년부터 1918년까지 5번을 우승하며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 1위에 올랐지만, 1920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보내고 나서는 한 번의 우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테드 윌리엄스가 있었던 1946년에는 2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7차전 승부 끝에 카디널스에게 패했다.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연습 경기를 하다가 윌리엄스가 팔꿈치에 공을 맞은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21년 만에 다시 나간 1967년 월드시리즈의 상대가 21년 전과 같은 카디널스인 건, 운명의 장난과 같았다.

 

보스턴은 테드 윌리엄스의 자리를 계승한 칼 야스트렘스키가 MVP가 되어도 충분한 활약을 했지만 또 7차전 끝에 카디널스에게 패했다. 패인은 밥 깁슨이었다. 샌디 코팩스와 함께 당대 최고의 투수이자 최고의 가을 에이스였던 깁슨은 1차전에서 9이닝 10K 1실점 완투승, 4차전에서 9이닝 6K 무실점 완봉승, 7차전에서 9이닝 10K 2실점 완투승으로 4승 중 3승을 책임졌다.

 

새드 엔딩으로 끝난 보스턴의 1967년 이야기는 Impossible Dream이라는 앨범으로 만들어졌고 여기에 수록된 The man they call Yaz(야즈라 불린 사나이)2005년에 개봉한 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Fever Pitch)에 삽입됐다.

 

영화에서 주인공 드류 베리모어는 완벽한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지독한 보스턴 팬이었다(남자 주인공인 지미 팰런은 원래 양키스 팬으로 유명하다). 

 

 

영화의 원래 엔딩은 '보스턴은 가을 야구에서 또 좌절하지만 주인공 커플은 언젠가 있을 우승을 위해 계속 응원하며 살아간다'였다. 하지만 보스턴이 ALCS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하고 또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시나리오를 바꿔야 했다.

 

밤비노의 저주를 푼 2004년에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꺾은 팀은?

 

절묘하게도 두 번이나 아픔을 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보스턴은 리버스 스윕의 기세를 몰아 월드시리즈를 4연승으로 끝냈고, 2013년에 다시 만난 카디널스를 상대로 또 우승함으로써, 1946년과 1967년 월드시리즈의 패배를 설욕했다.

 

월드시리즈의 역사가 그 어떤 팀보다도 기쁨과 슬픔의 눈물로 점철된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가 풀리기 전인 1975년과 1986년에도 7차전에서 울어야 했다.

 

1986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고 빌 버크너가 알까기 실책을 했는데, 놀랍게도 버크너는 1루 미트 안에 컵스의 로고가 새겨진 배팅 장갑을 끼고 있었다. 버크너는 19845월 컵스에서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는데, 컵스에서 받은 배팅 장갑을 3년째 사용하고 있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밤비노의 저주에 염소의 저주까지 들러 붙었던 것이다.

 

1975년에도 보스턴 팬들은 환희의 기쁨 다음날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팀은 구단 역대 최다인 108승을 기록하며 서부 2LA 다저스를 20경기 차로 따돌린 신시내티 레즈였다. NLCS4연승으로 통과한 신시내티의 무시무시한 타선에는 '붉은 기관총'(Big Red Machine)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5차전이 끝났을 때 23패로 뒤져 또 패배 위기에 몰린 보스턴을 하늘이 돕는 일이 일어났다. 보스턴 지역에 며칠 내내 폭우가 내리면서 1018일에 열려야 할 6차전이 21일로 3일이나 연기된 것이었다. 덕분에 보스턴은 원투펀치인 루이스 티안트와 빌 리를 6,7차전에 쓸 수 있었다.

 

오랜 기다림 후 열린 6차전은 월드시리즈 역사에 남는 명승부였다. 칼튼 피스크는 6-6으로 맞선 연장 12회말 팻 달시를 상대로 좌측 큰 타구를 날렸다. 그린 몬스터를 넘어가는 건 확실했지만, 파울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피스크는 자신이 날린 공이 파울 라인 밖으로 나갈 듯하자, 1루로 뛰어가면서 양팔을 격렬하게 저으며 타구가 페어 지역 안으로 들어가도록 손짓했다. 피스크의 기도 덕분이었을까, 거짓말처럼 타구는 파울 폴을 맞고 그라운드 안으로 떨어져, 12회말 결승 끝내기 홈런이 됐다.

 

피스크의 끝내기 홈런이 더 극적이었던 건 방송사의 실수 덕분이었다.

 

외야로 큰 타구가 나오면 카메라는 타구를 쫓아가야 한다. 하지만 당시 NBC의 카메라맨이었던 루 제라드는 주변에 쥐가 돌아다니는 바람에 집중하지 못했고 타구를 그만 놓쳐버렸다. 제라드는 어쩔 수 없이 타구 대신 피스크의 모습을 잡아야 했는데, 피스크가 Stay Fair! Stay Fair!라고 한 모습이 그대로 송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피스크는 몸짓만 했지, 입으로 외치진 않았다).

 

피스크의 홈런으로 경기를 끝나자 흥분한 팬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함께 누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7차전에서 있을 있을 비극을 알지 못했다.

 

다음날 열린 7차전에서 보스턴은 5회까지 3-0으로 앞섰다. 하지만 6,7회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했고 9회초 조 모건에게 역전 결승 적시타를 맞고 패했다. 보스턴의 Impossible Dream은 이후 여러 번의 아픔을 더 경험한 후 2004년 드디어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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