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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커서 메이저리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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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커서 메이저리거가 됩니다”

2014년 올스타전 볼보이에서 2029년 메이저리거까지

김도영이 그리는 미래, 그리고 ‘김도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마주할 미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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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도, 아니 도영이도 하고 싶은 거 해”

 

무려 12년 전 이야기다.

2014시즌 첫선을 보인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프로야구 올스타전 개최지로 일찌감치 낙점받았다.

 

7월 18일. 당시 올스타전은 현재의 나눔·드림이 아닌 동군(이스턴리그)·서군(웨스턴리그)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경기는 웨스턴리그가 13:2로 대승을 거뒀고, MVP는 박병호가 차지했다.

 

박찬호의 은퇴식도 이날 열렸다. 빙그레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김경문 감독과 배터리를 이루어 시구를 진행했다.

홈런더비도 진행됐다. 우승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의 차지였다. 예선에서 6개, 결선에서 14개를 쳐냈다.

 

 

그리고 챔피언스필드 외야에서 이를 보며 신나게 공을 쫓아다니던 한 아이가 있었다.

광주대성초등학교 5학년 김도영. 당시 11살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아는 KIA 타이거즈의 바로 그 김도영이다.

 

당시 홈런더비 볼보이로 챔피언스필드 외야 잔디를 밟고 있던 것.

심지어 (홈런이 되지 못한) 김현수의 마지막 공을 김도영이 잡아내기까지 했다.

 

그리고 12년 후 그 볼보이 김도영(41개)은 김현수(12개)보다 29개 더 많은 홈런을 치고 있고, 나아가 김현수가 진출했던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예약하고 있다.

 

 

 

 

‘하비에르 바에즈’를 동경하던 소년

 

김도영은 광주동성고등학교 시절 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부터 계약금 70~100만 달러 규모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고, KIA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이때 김도영은 자신이 아닌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KIA의 지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당시 김도영의 롤모델은 시카고 컵스의 유격수 하비에르 바에즈(現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였다.

자신의 SNS에 바에즈의 별명인 ‘El Mago’를 적어두기도 했다. 2023년까지 자신의 보호 장구에도 이 문구를 새겼었다.

 

‘El Mago’는 스페인어로 ‘마법사(The Magician)’라는 뜻이다. 바에즈의 야구 센스, 화려하고 빠른 플레이가 마법사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He loved watching Javier Báez when he was young, thrilling at his energetic displays on the field. When he reached high school, Fernando Tatis Jr. was the player he most loved watching. Though they play different positions, they’re decent comparisons for Kim: Athletic, energetic, able to shock even the most seasoned baseball fans with dazzling highlights.”

 

- 마이클 클레어(Michael Clair)

 

​실제로 2025년 3월 20일 김도영을 소개하는 ‘MLB.com’의 한 기사(Korea’s youngest 30-30 player has his sights set on ‘perfection’)에서 “하비에르 바에즈,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 비견되는 선수”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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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구통계 전문매체인 팬그래프스닷컴은 국제 유망주 랭킹에서 김도영을 야수 부문 1위(전체 5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앙드레 말로의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명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1년 사이 가격이 좀 올랐다”

 

김도영에게 KBO 무대는 이미 너무 좁다.

김도영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이제 ‘가느냐, 마느냐’보다 ‘언제, 어떤 조건으로 가느냐’에 더 관심이 쏠리는 단계다.

 

이르면 2029년 봄부터 MLB 무대에 진출한 김도영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도영을 찜하거나 장바구니에 담아둔 메이저리그 구단은 어디일까?

그리고 김도영은 어느 팀의 손을 잡아줄까?

 

최근 다수의 MLB 스카우트가 챔피언스필드를 찾아 김도영의 플레이를 관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된 팀만 해도 ▲뉴욕 양키스,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클랜드 등 10여 곳에 달한다.

 

올 3월 열린 2026 WBC가 김도영의 쇼케이스였다.

당시 김도영은 대만의 린웨이언(오클랜드)을 상대로 120m 대형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국내 무대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통한다는 방증이었다.

 

어느 MLB 스카우트는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은 김도영 같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영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는 극찬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도영의 몸값은 얼마로 책정될까?

2023년 이정후의 1억 1,300만 달러(6년)가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보다 툴(Tool)이 더 다양한 김도영의 가치를 고려하면, 입찰자들은 최소 1억 달러 이상을 써낼 것으로 보인다.

 

당시 키움 히어로즈는 이정후의 포스팅비로 1,882만 5,000달러(약 247억원)를 벌었다.

구단의 1년 구단 운영비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전문가들은 김도영의 경우 1억 5,000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KIA는 이적료만 약 360억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도영의 빈자리. 360억원 수준이라면 그 빈자리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이미 김도영의 행선지까지 정해 놓은 모양새다.

양키스의 애런 저지, 컵스의 PCA(피트 크로우 암스트롱)와 호형호제하는 상상까지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유격수 김도영(?)

김도영은 현재 3루수다. 하지만 유격수도 가능하다.

올 시즌 박찬호가 두산 베어스로 팀을 옮기면서 유격수 자리를 김도영이 맡는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다수의 MLB 스카우트는 김도영의 유격수 전환을 꺼려한다.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유격수’라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기 마련.

즉 경쟁상대가 늘어나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KIA 구단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유격수는 포수·2루수·중견수와 함께 수비의 중심축을 이루는 ‘센터라인’ 포지션이다.

공수 양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유격수는 귀하다.

 

김도영처럼 장타력과 주력을 겸비한 선수가 유격수 수비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한다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 혹은 내후년엔 유격수 김도영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KIA 이범호 감독 역시 “당장 올해는 아니지만, 조금씩 비중을 높여 추후 김도영을 주전 유격수로 활용하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아이는 커서 메이저리거가 됩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몇 개 남았지만, 이미 팬들은 김도영을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도영은 2029시즌부터 KIA 타이거즈가 아닌, 메이저리그 어느 팀에 소속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핀 스트라이프를 입은 양키스의 김도영이든, 자신의 우상 바에즈가 몸담았던 컵스의 김도영이든, 우리는 김도영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3년 후 포털사이트 스포츠뉴스 란은 김도영의 기사로 도배될 것이고, 미국의 야구카드 회사인 탑스(Topps)는 3년 전 이정후 때처럼 김도영의 루키카드(Rookie Card)를 발매할 것이다.

이랜드 뮤지엄의 컬렉션에도 김도영 관련 물품이 추가되지 않을까?

 

‘MLB.com’에는 김도영 선수 프로필 페이지가 생성될 것이고, 팬들은 매일 김도영의 타율과 홈런 개수를 체크할 것이다.

 

‘김도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머지않아 마주할 미래다.

 

3년 후 김도영도, 그런 김도영을 응원하는 우리도 한 뼘쯤 더 성장해 있기를.

 

 

 

 

김도영과 브룩스 로빈슨의 공통점, 그리고 지향점

김도영과 닮은 (혹은 닮았으면 하는) MLB 레전드 스타가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원클럽맨이자 영구결번 헌액자(5번), 그리고 1983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역대 최고의 3루수로 꼽히는 브룩스 로빈슨이다.

 

로빈슨은 통산 타율 0.267, 출루율 0.322, 장타율 0.401, 2,848안타, 268홈런, 1,357타점을 기록했고, 15년 연속 올스타, 16번의 골드 글러브, 1번의 정규시즌 MLB MVP에 선정된 바 있다.

 

로빈슨과 김도영은 몇 가지 재밌는 공통점이 있는데, 둘은 같은 등번호(5번)를 썼고, 우투우타, 포지션도 3루수라는 점이다.

 

참고로 로빈슨의 등번호 5번은 볼티모어 구단이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는데, 그는 현역 시절 5번 외에 6번, 34번, 40번 유니폼을 입고 뛰기도 했다.

이 저지의 등번호는 34번이지만, 자세히 보면 숫자 5를 제거하고 그 위에 숫자 34를 새로 박음질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생인 김도영은 2022년 KBO 리그에 데뷔했는데, 당시 나이 만 18세였다. 로빈슨도 고교 졸업 직후 볼티모어와 계약해 만 18세에 MLB에 데뷔했다.

 

팀의 프랜차이즈로 우승 경험(1966년, 2024년)을 갖고 있으며, 리그 MVP를 수상한 경력(1964년, 2024년)도 동일하다.

 

로빈슨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팬이었고, 스탠 뮤지얼을 좋아했기 때문에 카디널스의 3루수가 되는 것을 꿈꿨다고 한다.

카디널스의 3루수는 되지 못했지만, 볼티모어에서만 23시즌을 뛰며 3루수 골드글러브를 16년 연속 수상했다.

수비면에서는 공통점이 아니라 지향점이라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로빈슨의 명언이 하나 있다.

“계약을 맺을 때는 선수의 방망이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결국 글러브가 마지막 말을 한다.”

It’s a pretty sure thing that the player’s bat is what speaks loudest when it’s contract time, but there are moments when the glove has the last word.

- 브룩스 로빈슨(Brooks Robinson)

 

좋은 계약을 따내려면 타격 능력이 중요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수비능력이 더 중시되고 수비를 잘해야 선수의 가치도 더 올라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하다고 평가받는 김도영이 아로새겨야 할 문장이다.

 

한편 레전드 스타들의 어린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재밌는 야구카드 시리즈도 있다.

1972년 Topps에서 발매된 Boyhood Photo 시리즈다.

브룩스 로빈슨을 비롯해 톰 시버, 조 토레, 윌리 스타젤 등의 유년 시절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2021년엔 Topps Heritage에서 이 시리즈를 오마주하기도 했다.

치퍼 존스, 폴 코너코, 개럿 앤더슨, 재키 로빈슨, 윌리 메이스, 베이브 루스, 돈트렐 윌리스, 앤드류 존스, 켄 그리피 주니어, 조 마우어, 브래디 앤더슨, 미구엘 테하다, 톰 글래빈, 매니 라미레즈 등 슈퍼스타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다양한 스타들의 앳된 어린 시절 모습과 현역 시절 모습을 배치해 컬렉터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이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육아를 핑계로 그동안 글을 싣지 못했다.

올해 1월 첫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예쁜 딸아이다.

 

아이를 처음 안아 들고 환하게 웃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내는 아이가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는 듯 작은 손을 한참 쥐고 웃어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많이 안아주는 것뿐이지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신은 롤모델이 된다. 사람들은 다른 누구보다 야구 선수들을 더 신뢰하고 따르기 마련이다.”

Whether you want to or not, you do serve as a role model. People will always put more faith in baseball players than anyone else.


- 브룩스 로빈슨(Brooks Robinson)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로빈슨의 또 다른 명언처럼 나도 딸아이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이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로 시작한 물음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오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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