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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56.

 

케리 우드(20)가 무시무시한 휴스턴의 킬러 B를 상대로 '20-20'(20& 20K)을 달성했을 때, 시카고 컵스의 1루수는 마크 그레이스(34)였다. 내야안타와 몸맞는공을 하나씩 내준 우드가 그 경기에서 기록한 '게임스코어 105'는 지금도 정규 이닝 경기 역대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200158.

 

랜디 존슨(37)이 신시내티 빅 레드 머신을 상대로, 케리 우드 이후 처음이자 역대 네 번째 20K를 달성했을 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1루수는 마크 그레이스(37)였다. 그레이스는 지금까지 나온 5번의 20K 경기 중 2번을 함께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레이스의 이름을 끝까지 기억해 두자)

 

"야구 인생을 살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는 날이 딱 이틀 있다. 하나는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는 날이고, 다른 하나는 마운드에 있는 랜디 존슨을 상대해야 하는 날이다."

 

- 벅 쇼월터 감독

 

랜디 존슨이라는 이름은 공포 그 자체였다. 좌타자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 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존슨이 22년을 뛰면서 기록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199에 불과했다. 존슨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좌타자들과 415번을 대결해 딱 하나의 홈런을 맞았다(래리 워커).

 

통산 홈런이 278개인 좌타자 라이언 클레스코는 존슨을 만나는 날이 다가오면 몸이 (실제로는 마음이) 스멀스멀 아프기 시작했고, 당일이 되면 감독에게 찾아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빼달라고 하곤 했다. 이처럼 존슨을 상대하는 날 좌타자들이 아프다면서 집단으로 꾀병을 부리는 것을 두고 '랜디티스'(Randy-itis)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93년 올스타전에서 존슨이 머리 위로 던진 공에 화들짝 놀란 존 크룩은 삼진을 당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살아서 돌아가는 게 목표였고, 그 목표를 이뤘다"

 

 

다시 200158일로 돌아가 보자. 신시내티 밥 분 감독은 팀의 간판 선수들인 켄 그리피 주니어, 숀 케이시, 드미트리 영 등을 모두 제외하고 타선을 우타자로 도배했다.

 

하지만 존슨은 이를 비웃듯 선발 라인업에 있는 모두에게서 최소 2개씩의 삼진을 잡아냈다. 대타로 등장했다가 3구 삼진을 당한 선수 중에는, 월드시리즈와 슈퍼볼에 모두 출전해 전설이 된 디온 샌더스도 있었다.

 

존스는 12, 22, 32, 43, 52, 61, 73, 83, 92개를 잡아냄으로써 1986년과 1996년의 로저 클레멘스, 1998년의 케리 우드와 타이기록에 해당되는 20탈삼진 경기를 달성했다.

 

하지만 경기는 1-1로 연장전에 진입했고, 존슨은 124구를 던졌기 때문에 9회까지 던지고 교체됐다. 존슨에 이어 10회초에 올라온 애리조나의 두 번째 투수는 김병현이었다. 애리조나는 11회말 마크 그레이스의 동점 2루타와 맷 윌리엄스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승리했고, 존슨의 20탈삼진 달성을 축하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메이저리그의 공식 기록을 담당하는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가 존슨이 20K9이닝 만에 달성한 건 맞지만, 경기가 종료되지 않고 연장으로 갔기 때문에, 존슨의 20K9이닝 정규 이닝 타이기록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었다.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노런은 선발 투수가 경기를 종료해야 한다는 단서가 처음부터 붙지만, 20K 경기는 완투와 관련 없다는 주장이었다. 전문가들까지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사무국은 한 발 물러났고, 결국 존슨의 기록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했다.

 

이쯤에서 우드의 20K와 존슨의 20K를 모두 지켜본 그레이스를 다시 등장시켜보자. 평소에도 입담이 뛰어났던 그레이스는 존슨의 그날 피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과 같은 탱탱볼(Juiced Ball)의 시대에 존슨이 던지는 공은 푸룬 주스(Prune juice)로 가득찬 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타자들이 설사를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수비하는 내내 딴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글러브를 머리에 얹고 있을까도 생각했죠. 존슨의 공은 도저히 타자들이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습니다"

 

통산 4000탈삼진, 20K 경기, 300탈삼진 시즌을 모두 달성한 유일한 선수인 존슨은 9이닝당 10.61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은퇴했다.

 

현재 블레이크 스넬(11.20), 크리스 세일(11.12), 딜런 시스(11.01), 제이콥 디그롬(10.82), 로비 레이(10.76) 5명의 현역 투수가 존슨보다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중 가장 많이 던진 세일이 2139이닝인 반면, 존슨은 4135이닝을 던졌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10.04개를 기록했지만 3000이닝을 넘지 못했고(2827이닝), 놀란 라이언은 5386이닝을 던졌지만 9이닝당 10개가 되지 못했다(9.55). 존슨을 제외하면 3000이닝을 넘게 던지면서 9이닝당 삼진이 10.0개를 넘은 선수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랜디 존슨, 그는 탈삼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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