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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17년 만의 첫 판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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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를 깨는 건 중요했습니다.

지난 3번의 WBC 대회에서 대한민국 야구팀은 모두 본선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1,2회 대회의 4강, 준우승의 영광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1라운드 첫판 상대가 하나 같이 아직은 야구 변방으로 여겨지던 네덜란드- 이스라엘- 호주였는데 모두 패전을 기록하며 계획이 꼬여버렸고. 결국 탈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5일 체코전도 낙관적이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한민국 ‘영드림팀’의 11-4의 낙승이었고, 예상과 기대대로 믿었던 타선의 폭발이 컸습니다.

 

민훈기의 인생야구 야야리, 5일 벌어진 체코전을 정리하고 남은 대회를 살펴보겠습니다.

1회초 1사 후 2번 체르벤카에게 안타를 내준 선발 소형준이 특유의 땅볼 유도로 2루수 김혜성의 태그 아웃 -> 1루 송구 병살타를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1회말 1번 김도영과 4번 안현민의 침착한 볼넷과 중간에 3번 이정후의 안타로 만루의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이번 국대 KBO리그 타자 중에 작년 최다 108타점을 기록한 문보경은 체코 선발 파디샤크에게 볼카운트 2-1으로 앞선 후 4구째를 통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기선제압’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커다란 한 방이었습니다.
그리고 WBC에서 대한민국 4번째 그랜드슬램으로 미국을 제치고 역대 1위에 오르는 순간!

4-0 하지만 이제 시작.
그러자 이번 대회 타선에서 또다른 기대를 모으던 셰이 위트컴과 저마이 존스가 힘을 보탰습니다.
특히 이날 6번 3루수로 출전한 위트컴은 3회에 6-0으로 달아나는 좌월 홈런에 이어 6-3으로 쫓긴 5회말에는 상대의 기를 꺾은 2점포로 연타석 홈런을 쳤습니다. 가히 MLB 휴스턴의 트리플A 홈런왕 타이틀이 허상이 아님은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2번 좌익수로 출전한 저마이 존스는 8회말 좌월 홈런으로 승리 자축포를 터뜨렸습니다. 관중석의 어머니를 향한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좌투수 킬러로 알려진 디트로이트 기대주 존스는 2회에는 타점과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문보경이 5타점, 위트컴이 3타점, 존스가 2타점으로 10타점을 합작했습니다.
그리고 4방의 홈런이 모두 변화구를 때려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문보경이 131km 슬라이더를 때려 130미터짜리 대형 홈런을 쳤고, 위트컴은 118Km 체인지업과 143Km 커터를 그리고 존스는 122Km 커브를 때려 담장을 넘겼습니다. 타자들의 빼어난 타격감이 보이는 장면들이었습니다.

 

평가전에서 선보인 투수 데인 더닝까지 이번게 가세한 3명의 한국계 선수들은 기량면에서는 물론이고 팀 분위기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등을 봐도 어머니의 나라인 대한민국 태극기를 달고 뛴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팀에 대한 헌신, 그리고 공수 능력과 승부욕을 모두 모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주장이자 이날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한 이정후의 역할이 아주 큽니다.
경기 외적으로도 더그아웃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동료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계속 보이기도 하지만, 한국계 빅리거들이 팀에 녹아드는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여러차례 국대로 출전했지만 거듭된 실패의 경험이 있는 이정후는 특유의 친화력과 단단한 리더십으로 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날 대승이 김도영-안현민 파워 콤비의 합작 1안타, 2볼넷, 2득점, 2삼진의 상대적으로 조용한 가운데 나왔다는 것도 역설적으로 고무적입니다.
터질 때 터져줄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투수진은 버텨냈습니다.

9안타를 내줬는데 볼넷이 3개뿐이라는 것이 눈에 뜁니다.
선발 소형준은 특유의 땅볼 유도로 병살타를 2개 유도하며 초반 위기를 넘겼고, 박영현, 조병현, 김영규 등도 100% 올라온 구위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능력 발휘를 했습니다. 주무기가 아닌 구종으로 상대를 막아내는 성장세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에 유영찬은 1실점했지만 변화구 슬라이더의 예리함을 과시했습니다.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막내 정우주는 첫 공으로 상대를 맞춰 당황했고, 의욕이 넘쳐 힘이 들어갔다가 3점포를 허용했는데 아주 좋은 예방약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가지 첫 경기에도 영드림팀 수비는 실책없이 매끈했습니다.
눈에 띄는 호수비가 나올 순간은 없었지만 아주 단단하고 기본에 입각한 좋은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위트컴과 박해민, 이정후 등이 포지션이 옮겨가며 수비를 했을 정도로 다양한 멀티 능력도 보여줬습니다.


경기 후 류지현 감독은 일본전 선발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불펜 데이로 갈지, 선발을 꽂고 경기 흐름에 대한 대처를 할지도 아마 오늘 6일 벌어지는 대만과 일본전 결과를 보면서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1라운드 첫날 첫 경기에서 호주가 대만을 잡는 이변을 엮어내며 C조 예선의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만 타선은 호주 3명의 좌완에게 삼진 9개를 당하며 3안타로 꽁꽁 묶였고, 간판타자 천제센이 투구에 맞아 손가락이 골절되는 불운까지 겹쳤습니다.
그리고 2차전에서 일본을 만납니다.

 

한 경기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7일 일본전은 흐름을 봐야 하고, 그리고 8일 대만과의 낮경기에 올인해야 하는 것은 변치 않는 목표입니다.
혹시 혼전 양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1차전의 대승은 아주 좋은 흐름의 시작입니다.
WBC에서 무려 17년만에 첫 경기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 믿기 어렵지만, 그만큼 달콤한 승리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달콤함은 또 접어두고 하루 휴식으로 전의를 다지고 있는 우리 ‘영드림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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