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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의 외야수 윌리 메이스의 찐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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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NL)가 생긴 이래 149년 동안 메이저리그(MLB)에서 뛴 선수는 2만명이 넘습니다.
Baseball Almanac에서 매일 업데이트하는 'Major League ballplayers 카운트'에 따르면 2025시즌까지 MLB에 등록된 빅리거는 총 2만1029명이라고 집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외야수는 몇 명일까 찾아봤지만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힘들었는데, 포지션 및 출장 경기 분포를 감안하면 100경기 이상 뛴 외야수는 2500~3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도 가장 뛰어난 외야수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바로 윌리 메이스(Willie Mays)입니다.

 

©️할렘 거리에서 아이들과 스틱볼을 하는 메이스

 

그런데 이 위대한 선수를 소개하기 전에 사진을 먼저 한 장 보시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MLB 선수 사진 중 하나입니다.
저 막대기 같은 것을 들고 스윙 준비 동작을 하는 인물이 바로 윌리 메이스입니다.

메이스는 1951년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 지난번 월터 오말리 편에서 소개했듯 이후 샌프란시스코로 이전)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할렘 지역의 St. Nicholas Place와 West 155th Street 인근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팀 경기가 없는 날이나 홈경기 중인 날 아침이면 할렘 거리로 나가 아이들과 '스틱볼'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바로 저 사진입니다.
스틱볼이란 빗자루(broomstick) 대를 배트처럼 사용하고, 테니스공보다 약간 작은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던져 치고 잡는, 도심 거리에서 유행하던 야구 비슷한 놀이였습니다.
할렘의 아이들은 아침에 그의 집 창문을 노크하며 '우리랑 스틱볼 놀아요'라고 메이스를 깨웠고, 그는 종종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구전으로 전해지는 신화적인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메이스가 친 고무공이 5개의 맨홀 뚜껑을 지나서 날아가 버렸다느니, 이 게임을 통해 빠른 타격 반응과 커브볼 처리 능력을 익혔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전해지지만 글쎄요 ^^
뉴욕시의 맨홀 5개를 넘으려면 대략 150미터 이상 날아가야 하는데, 막대기로 말랑말랑 고무공을 때려 150미터라니.

 

하지만 당대 최고의 스타가 아침에 동네 아이들과 막대기를 들고 야구 놀이를 함께 즐겼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차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시대가 달라졌지만 예를 들어 최정, 노시환, 김영웅 혹은 디아즈, 데이비슨 이런 홈런 타자들이 아파트 단지 앞에서 아이들과 막대기 들고 야구 비슷한 놀이를 한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근데 당시에도 저런 이야기를 남긴 선수는 메이스 뿐이었으니 남다른 소탈함과 살던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었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1954년, 너무도 유명한 'The Catch!'가 탄생합니다.

안 그래도 미국 야구의 영웅 중 한 명으로 떠오르던 메이스의 명성이 미국 전역에 퍼진 해였습니다.
'세이 헤이 키드(The Say Hey Kid)'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던 윌리 메이스가 1954년 월드시리즈(WS)에서 보여준 전설적인 '서커스 캐치'는 지금까지도 미국 야구 사상 최고의 수비라는 칭송을 받습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WS 1차전 8회 초. 2-2의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디언스가 무사 주자 1, 2루의 기회를 잡자 뉴욕 자이언츠의 레오 드로셔 감독은 땅볼 전문 구원 투수 단 리들을 마운드에 올려 병살을 노렸습니다.
그러나 볼카운트 2-1에서 빅 워츠는 리들의 공을 제대로 때려 가운데 펜스 쪽으로 날아가는 엄청나게 큰 타구를 날렸다. 폴로그라운드가 워낙 중앙 펜스가 멀어서 그렇지 웬만한 구장에서는 당연히 홈런이 될만한 타구였습니다.(좌익선상 펜스까지는 85미터에 불과했는데, 좌중간은 약 137미터, 중앙은 147미터, 우익선상은 79미터의 아주 기형적인 구조)

그러나 메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펜스 쪽으로 전력 질주를 하더니 담장 쪽으로 몸을 향한 채 머리 위로 날아가던 그 공을 잡아내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The Catch '라는 고유 명사로 불릴 정도로 미국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큰 의미를 지닌 수비였습니다. 그 하나의 플레이가 미국 전역의 팬들을 수십 년 동안 매료시킨 순간이었으니까 말입니다.메이스가 공을 잡은 위치는 홈플레이트로부터 139미터(430피트) 떨어진 지점이었다고 합니다(그보다는 짧았다는 주장도 있음). 어쨌든 요즘 같으면 어떤 구장에서도 당연히 홈런이었습니다.

 

메이스의 이 호수비에 인디언스 주자들마저 우왕좌왕 득점 기회는 무산됐고, 자이언츠는 10회말 대타 더스티 로즈의 3점 홈런으로 5-2로 승리하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당시 폴로그라운드가 얼마나 기형적으로 생겼는지, 바람을 타고 우측 펜스를 살짝 넘어간 로즈의 홈런은 비거리가 80미터에 불과했습니다. 메이스는 결승 홈런보다 약 60미터를 더 날아간 공을 잡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만든 것입니다.

 

스포팅 뉴스가 선정한 미국 야구 100대 영웅 중에 랭킹 2위에 오른 메이스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라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1931년 5월 6일 앨러배마 주 웨스트필드에서 태어난 메이스는 '5박자를 갖춘 선수(Five Tool Player)' 가 아니라 '7-툴 플레이어'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홈런의 장타력과 정교한 타격, 빠른 발과 수비력, 그리고 강한 어깨를 모두 지닌 선수를 '5-툴 플레이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메이스는 거기에다가 주위를 환하게 만드는 인성을 지닌 마력의 미소와 야구에 대한 끝없는 열정까지 지닌 선수였습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팬들의 시선이 떠날 수가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메이스는 1951년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빅리그에 뛰어들었습니다.

22년의 현역 생활 동안 메이스는 두 번의 리그 MVP와 타격왕 한번, 홈런왕 네 번을 차지했습니다. 1961년 밀워키 전에서는 한 게임 4홈런을 터뜨리기도 했고, 12번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습니다. 역시 수비력이 압권!
660홈런은 역대 6위에 올라있고, 3005게임 출전은 역대 9위, 2068득점은 역대 7위, 3283안타는 역대 13위, 1903타점은 역대 12위, 그리고 338개의 도루(역대 124위)도 기록하면서 통산 3할1리의 타율을 남겼습니다.

 

그의 별명인 '세이 헤이 키드'의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니그로리그에서 자이언츠로 적을 옮긴 메이스는 처음에 당연히 동료 선수들을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건넬 때면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헤이 맨' 혹은 '세이 헤이 맨'이라는 말을 주로 썼습니다.
그러다가 메이스가 점점 활약을 펼치게 되자 동료들이나 팬들은 그가 지나가면 '세이 헤이 키드'라는 애칭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신문에서 그 별명을 쓰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그의 애칭은 '세이 헤이 키드'가 됐습니다. 좀 긴 별명이지만 낭만이 묻어 있습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완전한 야구선수 중 한 명'으로 불렸던 메이스는 1973년 42세까지 현역으로 뛰고 은퇴 후에도,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으며 사회봉사와 야구 전도사로 활동했습니다.
1979년 94.7%의 압도적 지지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되면서 '야구는 내 인생 전체였다(The game was my life)'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고, 현역 시절부터 'Willie Mays Boys & Girls Club' 설립해 흑인 사회와 지역 스포츠 발전을 위한 후원 및 멘토 역할 수행했습니다.

©️ 신인 메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그의 공로를 기려 홈구장 '오라클 파크(Oracle Park)'의 주소를 '24 Willie Mays Plaza'로 명명했고, 경기장 앞에는 윌리 메이스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작년에 93세로 영면에 드셨습니다.

윌리 메이스를 보여주는 두 가지 대사를 소개합니다.

 

1954년 'The Catch' 이후 기자들이 역사적 순간이라며 질문 공세를 펼치자 그는 "I don't make history. I catch fly balls." - "나는 역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플라이볼을 잡을 뿐이다."라며 위트와 함께 겸손함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야구 철학
"They throw the ball, I hit it. They hit the ball, I catch it."
"그들이 공을 던지면 나는 치고, 그들이 치면 나는 잡는다."

 

너무 간단하지만 5툴 혹은 7툴 플레이어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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