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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받은 문자 한 통(From. 앤드류 맥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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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받은 문자 한 통(From. 앤드류 맥커친)
‘킹캉’을 그리워한 피츠버그 동료들
그리고 강정호의 ‘진심’에 대하여

 

 

 

2017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6월 30일까지 37승 43패로 승률이 5할(.463)도 채 되지 않았지만, 7월 한 달간 14승 11패로 반등하며 어렵사리 ‘가을야구’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었다.

 

 

ⓒ Image Source : wickphotography.com

하지만 팀은 리빌딩을 선언했고, 에이스인 게릿 콜의 트레이드 루머까지 돌고 있던 터라 팀의 리더 앤드류 맥커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

“킹캉, 우린 네가 필요해”

 

선장만 바라보는 선원들과 승리에 굶주린 팬들. 이대로 해적선의 침몰을 바라볼 수 없던 맥커친은 작은 그물이라도 던져야 했다.

 

맥커친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조난상황을 알리듯 SOS 메시지를 보낸다.

 

 

 

 

​ⓒ 편집 : 카드 읽어주는 남자

 

 

​수신인은 선원(sailor) 강정호.

 

 

“Kang, When are you coming back?

Our team is struggling right now.

We really need you right now.”

 

 

다급한 선장(captain)의 호출이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발이 묶였다. 음주운전으로 기소돼 미국 비자 발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강정호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맥커친과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 Image Source : wickphotography.com

 

다행히 피츠버그 구단의 도움으로 2018년 다시 빅리그에 복귀할 수 있었고, 2019시즌 스프링캠프에선 홈런 7개홈런 부문 전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참고로 2위는 애런 저지(홈런 6개)였다.

 

 

 

 

 

난파한 해적선, 홀로 남은 강정호

 

ⓒ 카드 읽어주는 남자(‘2016 Topps Triple Threads Baseball’에서 발행된 이 카드(1/1)는 당시 강정호의 인기와 위상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옛 동료들은 이미 팀을 떠난 뒤였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맥커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피츠버그 구단이 FA를 선언하기 전 가치가 높을 때 타팀의 유망주 또는 즉시 전력감을 받아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휴스턴과 1: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맥커친 역시 평생 한 팀의 모자만 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할 정도로 팀 충성도가 높은 간판 스타였지만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콜은 2019시즌 휴스턴에서 20승 5패 방어율 2.50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참고로 팀을 옮긴 은 2019시즌 휴스턴에서 20승 5패 방어율 2.50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평균자책점탈삼진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 Image Source : nytimes.com

강정호 자신도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섰던 것 같다. 예전의 ‘킹캉’이 아니었다. 홈런은 10개를 기록했지만 타율은 1할대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팀은 시즌 중반(8월 4일) 그를 방출하는 결정을 한다.

8월 16일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는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또다시 비자 문제로 계약이 지연되며 빅리그 재입성은 수포로 돌아갔다.

 

 

 

ⓒ Image Source : newsis.com

해를 넘긴 강정호는 2020년 KBO 리그 복귀를 타진했지만, 여론 악화로 결국 본인 스스로 국내 복귀 신청을 철회했다. 

2022년 다시 키움 히어로즈와 최저 연봉으로 계약하며, 2023시즌 복귀를 시도했지만 이번엔 KBO가 계약 승인을 불허하면서 또다시 좌절해야 했다.

 

 

 

 

 

 

코글란의 ‘살인 태클’과 동료들의 ‘무한신뢰’

 

강정호의 빅리그 커리어를 되돌아볼 때, 두고두고 안타까운 장면이 하나 있다.

 

ⓒ Image Source : foxnews.com​

2015년 9월 18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시카고 컵스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 크리스 코글란의 비신사적 슬라이딩으로 강정호가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오른 사건이다.

 

주자 1루 상황에서 나온 땅볼로 병살타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2루수 송구를 받아 베이스를 찍고 1루로 공을 던지려는 찰나. 하지만 병살타를 막으려는 1루 주자 코글란의 슬라이딩이 거칠었다. 

 

 

 

ⓒ Image Source : mlbdailydish.com

 

강정호의 무릎과 정강이를 보고 돌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수 생명과 직결되는 무릎을 다친 강정호는 수술 후 6개월 이상의 재활을 거쳐야 했다.

 

이 장면은 야구 역사상 가장 비신사적인 스포츠맨십 장면 ‘TOP 10’8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 Image Source : foxsports.com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구단은 그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강정호를 등장시키기로 한다. 강정호에게 부상을 안긴 시카고 컵스와의 리턴매치였다.

 

경기 전 선수 소개 순서에 ‘강정호’의 이름이 불렸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피츠버그 파이리츠 유니폼과 모자를 쓰고 팬들 앞에 선 것이다. 

 

 

 

ⓒ Image Source : upi.com, missyusa.com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강정호는 손을 흔들며 이에 화답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과 가벼운 포옹을 한 그는 팀의 리더 맥커친과 웃으며 주먹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사실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져있었다.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 연속 승률 5할 미만 시즌을 보냈는데, 이는 북미 4대 스포츠 최장 기록 중 하나로 꼽힌다.

 

 

 

 

ⓒ Image Source : apnews.com

다행히 ‘맥커친’이라는 슈퍼스타의 등장으로 팀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탄 강정호의 등장’은 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비신사적이었던 시카고 컵스 선수단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참고로 강정호는 미국 진출 첫해인 2015시즌 유격수로 15개의 홈런, 타율 0.287, 58타점을 기록했고, 신인왕 투표에서 3위에 오를 정도로 중심타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 Image Source : newsen.com

이처럼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를 끔찍이 아꼈다. 일찌감치 그를 4번 타자로 낙점했다. 길게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재목(材木)으로 평가했다. 강정호가 음주운전 사고와 비자 발급 문제를 겪을 때도 구단은 끊임없는 신뢰를 보냈다.

 

당시 피츠버그 프랭크 쿠넬리 사장은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강정호 본인도 잘 알 것이다. 그는 본인의 기회를 모두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를 감싸 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 Image Source : gettyimages.com

주전 포수였던 프란시스코 서벨리“우리는 절대 강정호를 포기하지 않는다. 강정호는 2015년 크게 활약했다. 팬들은 강정호를 사랑한다”며, “그도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가 복귀하면 집에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해주겠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강정호의 ‘라스트 댄스’

 

한편 사실상 은퇴 수순에 접어든 강정호는 미국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강정호는 우리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간혹 팬들 사이에서 ‘추강대엽(추신수·강정호·이대호·이승엽, 대한민국 야구史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가 누구인지 순위를 매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단어)’ 논쟁이 있을 때마다 그의 이름이 한 번씩 거론될 뿐이었다.

 

 

 

 

ⓒ Image Source : usatoday.com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3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MLB 트라이아웃(Tryout, 입단 테스트)에 도전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강정호“MLB 트라이아웃 도전과 관련해서 많은 팬분이 투표해 주셔서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나이가 많아도 늦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채널을 통해 ‘킹캉 메이저리그(MLB) 트라이아웃 도전!’이라는 찬반 투표 글을 올렸는데, 약 3만명의 팬이 참여해 찬성 92%, 반대 8%가 나와 도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 Image Source : netflix.com


강정호는 이를 ‘라스트 댄스(Last Dance)’라고 표현했다. ‘라스트 댄스’는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는데, NBA 스카고 불스 왕조 시절(1997-98시즌), 당시 필 잭슨 감독이 조만간 은퇴 혹은 이적으로 흩어지게 될 선수들과 마지막 불꽃을 태우자는 의미에서 나온 말로 유명해졌다. 강정호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의지로 ‘라스트 댄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일부 언론은 그의 도전을 가십거리로 여기며 ‘조회수 뽑기용’이라고 비아냥댔고, 과거 잘못을 들추어내어 다시 한번 강정호와 팬들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반신반의는커녕 ‘진지한 장난’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강정호는 그 표현에서 ‘장난’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냈다. 그는 진지했다. 꾸준히 자신의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훈련 기록을 영상으로 남겼다.

 

 

 

 

ⓒ 강정호_King Kang(MLB 트라이아웃 현장, 2025.11.24.) 유튜브 영상 캡쳐 ①

나이가 들면 유연성과 스피드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강정호의 첫 번째 과제는 몸을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약 9개월간 꾸준한 웨이트와 고강도 훈련을 이어갔다. 단 1명의 스카우트라도 자신을 보러 와주면 뿌듯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그리고 결전의 날11월 22일.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우리가 상상하는 트라이아웃의 형태는 아닌 일종의 ‘쇼케이스’였지만, 훈련장엔 2명의 스카우트가 찾아왔다. 그중 1명은 LA 다저스 소속이었다.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

 

 

 

 

ⓒ 강정호_King Kang(MLB 트라이아웃 현장, 2025.11.24.) 유튜브 영상 캡쳐 ②

강정호는 스카우트 앞에서 연신 홈런을 쏘아대며 녹슬지 않은 파워를 과시했다. 이어진 2·3루 수비 테스트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보여줬다.

 

강정호“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며,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며, “늦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강정호_King Kang(MLB 트라이아웃 현장, 2025.11.24.) 유튜브 영상 캡쳐 ③

 

​스카우트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쇼케이스 이후 강정호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의 상기된 얼굴에서 수능을 막 치르고 나온 수험생의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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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의 ‘진심(眞心)’

 

그의 말대로 경기장에서의 희열을 잊지 못해 시작한 도전일 수도, 지난날을 반성하고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팬들에 대한 작은 보답일 수도 있다.

 

 

 

 

ⓒ Image Source : khan.co.kr

어쩌면 강정호는 우리에게 자신의 ‘진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당시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그였지만, 사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야구’뿐이었을 것이다. 그가 뱉은 ‘야구’라는 두 글자많은 반성과 다짐의 표현들이 함축되어 있었으나, 언론과 팬들은 그 행간과 자간의 의미를 애써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 Image Source : bleacherreport.com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의 화살이 자신을 향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도망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삐딱선’을 타거나 자신의 남은 삶을 망가뜨리며 후회와 자책에 빠져 사는 이들도 많지 않은가.

 

돌이켜 보면, 강정호는 달랐다. 난파된 해적선의 침몰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고, 끊임없이 손을 흔들며 SOS 구조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목격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팬들도 그의 침몰을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단지, 또 속고 싶지 않았을 뿐. 그로 인해 또 상처받고 싶지 않았을 뿐.

 

 

 

 

ⓒ 강정호_King Kang(그 이후, 강정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2025.11.10.) 유튜브 영상 캡쳐

 

그는 회상한다.

그때 그 일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수도 있다고.

자신의 인생이 더 밑바닥까지 갈 수도 있었다고. 

 

그의 떨리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다할 (眞), 마음 (心). 강정호는 마음을 다하였다.

 

적어도 그의 진심은 우리에게는 통한 것 같다. 그리고 이젠 그 진심이 스카우트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욕심을 내본다.

 

 

ⓒ 김광진

 

가수 ‘김광진’‘진심’이라는 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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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소중한 재능이 숨겨진 보석과 같은 거죠. 언젠간 환하게 빛날 테죠.

꿈만큼 이룰 거예요. 너무 늦었단 말은 없어요.” 

 

- 김광진 -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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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팬일 뿐인 우리가 강정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 한 곡에 다 담겨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가사는 강정호가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할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삶의 고비가 찾아올 때 누군가는 ‘39살 강정호의 도전’을 떠올리며 힘을 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상상만으로도 참 멋진 일 아닐까? 강정호의 도전이 박수받을 만한 이유다.

 

 

 

 

ⓒ Image Source : wickphotography.com

그 시절 우리는 한두 번쯤 ‘킹캉 세레머니(두 팔을 흔들며 킹콩 흉내를 내는)’를 따라 해보곤 했다. 아직도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강정호맥커친다른 동료들의 축하를 받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 Image Source : gettyimages.com

 

​강정호맥커친‘멀리서도 자신을 응원해주는 진정한 리더’라고 표현한 바 있다. 동의한다.

 

다만, 팬들도 맥커친 못지 않게 ‘강정호’를 기다리고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 Image Source : MLB.com

강정호의 앞날을 응원하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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