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베이브 루스의 일본 방문
루 게릭의 1931년 방문이 큰 성공을 거둔 일본 야구는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기로 한다. 1934년 투어에서는 베이브 루스를 모셔오기로 한 것이다.
해외 투어에 관심이 없었던 루스는 처음엔 완강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일본 관계자가 보여준 포스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걸 보면 일본 사람들이 내가 못 생겼다고 오해할테니, 직접 가서 보여줘야겠군"
12개 도시에서 치러진 18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은 전승을 거뒀다. 내셔널리그 선수들이 참가를 거부해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미국 팀은 루스와 게릭을 포함해, 지미 팍스, 찰리 게링거, 얼 애버릴, 레프티 고메스 6명이 훗날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로 강했다. 평균 스코어가 10-2였을 정도로 압도적이었고, 특히 루스는 18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날렸다.
루스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50만 명 이상이 루스를 보기 위해 거리로 나섰고, 일본 팬들은 루스가 타석에 등장하면 일본 국기 대신 미국 국기를 흔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일본 팬들의 루스 사랑은,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병사들이 일왕(천황)을 저주하는 고함을 치면, 일본 병사들은 "루스에게 저주를"이라고 되받아칠 정도였다.
루스의 일본 방문은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 앞선 5번의 방문에서 일본은 대학 대표팀이 나서 미국을 상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요미우리신문 소유주인 마츠타로 쇼리키의 주도로 전일본야구클럽이 만들어졌다.
이 팀은 이듬해(1935)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대학 팀, 마이너리그 팀과 경기를 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도쿄교진군'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됐다. 요미우리 창단을 시작으로 1936년 일본프로야구가 탄생했고, 1950년에는 양대리그가 출범했다.
전패를 당한 일본 팀이었지만,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17세 우완 사와무라 에이지였다. 사와무라는 루스, 게릭, 팍스를 삼진으로 잡고 스타덤에 올랐다. 미국은 사와무라를 상대한 경기에서 게릭의 솔로홈런으로 간신히 승리했다(1-0).
사와무라는 1936년 일본프로야구 최초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했고, 1937년에는 리그 MVP가 됐다. 하지만 세 번이나 징집된 2차 대전에서 큰 부상을 입었고, 1944년에는 타고 있던 수송선이 폭파를 당해 27살에 세상을 떠났다. 1947년 일본야구는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을 사와무라 에이지상으로 명명했다.
한편 미국 팀에는 정체가 모호한 선수가 있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포수 모 버그(Moe Berg)였다. 그 해 13타수 1안타에 그친 버그는 올스타 팀에 뽑힐 만한 선수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정보 기관은 프린스턴대학 언어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컬럼비아 법학대학원을 나와 변호사 자격증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일본어가 가능했던 버그에게 스파이 임무를 맡겼다. 버그는 기모노에 16mm 카메라를 숨기고 병원 옥상에 올라가 도쿄의 항구, 군사 시설, 철도 시설, 생산 시설 등을 몰래 촬영했다. 미국은 1942년 도쿄 공습 때 버그의 영상을 참고해 목표물을 골랐다.
15시즌 동안 6홈런 12도루를 기록한 버그는 1939년에 은퇴했다. 그리고 CIA의 전신인 OSS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스파이 활동을 했다.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을 막기 위한 비밀 임무도 있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 정부는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겠다고 했지만, 버그는 거절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자신의 활동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츠타로는 요미무리 자이언츠와 일본프로야구를 만들면서 "미국을 넘겠다는 각오"를 강조했다. 지난 WBC에서 일본은 미국을 꺾고 우승했고, 올해 월드시리즈에서는 오타니, 야마모토, 사사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MVP가 됐다.
미국 진출이 확정됐을 때 오릭스 구단은 야마모토를 떠나보내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츠타로의 바람처럼 일본 야구가 미국을 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낭만이 넘치는 오릭스 구단의 성명은, 한편으로는 1934년 베이브 루스의 방문 이후 일본 야구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14470구에 고맙다.
중력을 무시하는 스트레이트(직구)
마법 같은 변화구
웃음이 나올 정도로 정밀한 컨트롤
버팔로즈에서 던진 14470구
그 전부가 고맙다
솔직히 많이 그립겠지만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미국에서 무쌍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보고 싶다
가라 요시노부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일본 최강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을 증명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