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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월드시리즈의 숨은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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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 2025 월드시리즈의 숨은 기록들
기록을 ‘세우는’ 선수와 ‘찾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타니 쇼헤이에게 쓸 수 있는 표현이 다 떨어졌다. 이젠 그 어떤 수식어도 이 선수의 활약과 가치를 다 담아낼 수 없다.

 

오타니는 15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 앞으로 자신도 두 번 다시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다.

 

 

 

 

 

기록의 릴레이, 주자는 오타니

 

LA 다저스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맞붙은 2025 MLB 월드시리즈 3차전. 오타니가 한 경기에 무려 9번이나 출루한 날.

 

 

ⓒ FOX Sports Live Capture

 

중계 방송사는 영상 하단에 작은 박스를 만들어 재빠르게 과거 기록들을 찾아 나열시켰다.

 

 

 

 

ⓒ MLB Network


1922년 맥스 캐리, 1932년 자니 버넷, 1942년 스탠 핵 이후 역대 네 번째 기록.

 

 

 

 

ⓒ 카드 읽어주는 남자

 

오타니는 기어코 작은 야구카드나 흑백 자료화면에만 존재하던 이들의 이름을 소환시켰다.

 

‘기록’이라는 장치 덕분에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 곁을 떠났다고 생각했던 레전드들의 이름은 그렇게 되살아난다.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순간이다.

 

 

 

 

ⓒ 2025 MLB Topps NOW® - Shohei Ohtani(#906)

 

그리고 이 기록은 작은 야구카드로도 만들어졌다.

 

기억의 릴레이. 기록의 릴레이.

 

오타니는 어쩌면 지금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레전드라고 불렀던 앞선 주자들의 바톤을 이어받으면서 말이다.

 

 

 

 

 

 

 

 

 

기록은 기록을 낳는다

 

기록은 또 다른 기록을 낳는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신기록의 연속이다.

 

이날 오타니는 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5볼넷을 기록했는데, 한 경기에 9번이나 타석에 들어선 것도 월드시리즈 신기록이며, 한 경기에 5개의 볼넷을 얻어낸 것도 신기록이다. 심지어 한 경기에서 4개의 고의사구를 얻어낸 건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최초 기록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오타니 이전 한 경기에 9번이나 출루한 선수는 3명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9출루를 기록한 건 또 오타니가 처음이다. 월드시리즈 한 경기에서 4개의 장타가 나온 건 역사상 2번째이며, 이는 119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계진들은 어떻게 이런 기록들을 재빠르게 찾아내는 걸까?

 

 

 

 

 

 

 

 

 

기록의 출처, 엘리아스 스포츠국

 

“이건 1942년 이후 최초의 기록입니다!”



이런 중계진의 샤우팅 멘트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MLB 기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인 엘리아스 스포츠국(Elias Sports Bureau)의 기술력 덕분이다.

 

 

ⓒ 1969 Elias Sports Bureau(esb.com)

 

엘리아스 스포츠국은 1913년 설립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통계기관으로, 알 먼로 엘리아스(Al Munro Elias)와 그의 형제 월터가 뉴욕에 ‘Al Munro Elias Bureau’를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다.

 

 

 

 


ⓒ esb.com

 

이들은 MLB·NBA·NFL·NHL 공식 통계 파트너이기도 하다.


TV 방송국, ESPN, MLB Network, 구단, 심판, MLB 사무국 등 대부분 엘리아스 스포츠국의 데이터에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종종 스탯 리서처(Stat Researcher, 기록 연구원), 통계학자(Statistician)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은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150년 이상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금과 비슷한 과거의 상황을 찾아내 즉시 제공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방송과 신문에서 마주쳤던 다양한 기록들과 근사한 표현의 출처가 바로 이곳이다.

 

이들 외에도 TV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중계 부스 뒤에 스탯 리서처들을 배치한 후 관련 정보를 해설진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흡사 유명 레스토랑의 분주한 주방 모습을 방불케 한다.

 

물론 이들의 노력 이전에 MLB 공식 기록원(Official Scorer)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방금 전 타구에 대해 안타를 줄 것인지, 수비 에러로 줄 것인지 등을 판단한다. 물론 기록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되는 경우 구단은 추후 이의 신청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

 

즉 MLB의 공식 기록을 기반으로 스탯 리서처들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유사한 상황을 찾아내 이를 ‘또 다른 기록’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록이 기록을 낳는다고 할 수 있다.

 

 

 

 

Ⓒ marinersblog.mlblogs.com

 

예를 들어,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 선수 중 최근 4경기에서 홈런 5개 이상을 친 선수가 있는지를 알고 싶을 경우 자체 시스템에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그 값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시애틀 매리너스펠릭스 에르난데스가 1900년 이후 28세가 되기 전 개막전 선발 등판을 7번 기록한 최초의 투수인지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거의 기록을 소환해내려면 오타니 같은 슈퍼스타의 활약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막으로 다시 보는 2025 월드시리즈 기록들

 

이번 월드시리즈는 ▲한 경기 9출루라는 기록 외에도 ▲18이닝 경기, ▲22세 투수가 펼친 역사적인 피칭, ▲월드시리즈 사상 첫 대타 만루홈런, ▲월드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선두타자 연속 홈런으로 시작된 경기,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초의 7-4 더블플레이로 끝난 경기, ▲7년간 구원 등판이 없던 투수의 기묘한 3구, ▲지구 에이스라 불렸던 사나이의 마지막 등판 등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스토리들로 가득 찼다.

 

엘리아스 스포츠국이 美 중계 채널을 통해 전달한 2025 월드시리즈 주요 기록들을 모아봤다.

 

 

 

 

ⓒ FOX Sports Live Capture

 

  • FIRST DODGERS PITCHER TO WIN BACK-TO-BACK POSTSEASON COMPLETE GAMES SINCE 1988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연속 완투승을 거둔 다저스 투수)

 

1988년 오렐 허샤이저가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던 당시 입었던 저지

 

참고로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전 LA 다저스에서 이 기록(포스트시즌 연속 완투승)을 갖고 있던 투수는 1988년의 오렐 허샤이저였고, 당시 3게임 연속 완투승을 거둔 바 있다.

  • NLCS 7차전 9이닝 5K 완봉
  • WS 2차전 9이닝 8K 완봉
  • WS 5차전 9이닝 9K 2실점 완투

 

아울러 허샤이저는 1988년 23승 8패 2.26의 평균자책점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했으며, 5경기 연속 완봉승을 포함한 MLB 신기록인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세웠다. 위 저지는 허샤이저가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던 당시 착용한 것이다.

 

 

 

 

 

 

ⓒ FOX Sports Live Capture

  • 1ST PLAYER WITH MULTIPLE WALK OFF HOME RUNS IN WORLD SERIES HISTORY
    (월드시리즈 역사에서 2개 이상의 끝내기 홈런을 친 최초의 선수)

 

 

 

 

ⓒ FOX Sports Live Capture

 

  • 9 TIMES REACHING BASE TONIGHT : TIES MLB RECORD
    (오늘 경기에서 9번 출루 : MLB 기록 타이)

 

 

 

 

ⓒ FOX Sports Live Capture

 

  • FIRST ROOKIE WITH TWO 10+ STRIKEOUT GAMES IN SINGLE POSTSEASON ALL-TIME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두 경기 이상 ‘두 자릿수 탈삼진(10+) 경기’를 기록한 최초의 루키)

 

 

 

 

ⓒ FOX Sports Live Capture

 

  • 2ND PLAYER ALL-TIME WITH GAME-TYING OR GO-AHEAD HR IN 9TH INNING OF WINNER-TAKE-ALL WS GAME
    (우승이 걸린 월드시리즈 최종전 9회 동점 혹은 역전 홈런을 친 역대 두 번째 선수)

 

 

 

 

ⓒ FOX Sports Live Capture

 

  • 14TH PITCHER TO WIN 3 GAMES IN SINGLE WORLD SERIES
    (단일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14번째 투수)

 

 

 

 

ⓒ FOX Sports Live Capture

 

  • 14-7 RECORD WHEN FACING ELIMINATION
    (탈락 위기에 몰렸을 때 14승 7패를 기록)

 

 

 

 

ⓒ FOX Sports Live Capture

 

  • FIRST MANAGER TO WIN BACK-TO-BACK WORLD SERIES TITLES SINCE JOE TORRE
    (조 토레 감독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한 감독)
  • 3 WORLD SERIES TITLES 2ND MOST IN FRANCHISE HISTORY
    (월드시리즈 우승 3회 : 프랜차이즈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기록)

 

 

 

 

ⓒ FOX Sports Live Capture

 

  • FIRST BACK-TO-BACK CHAMPIONS SINCE 1998-2000
    (1998–2000년 이후 최초의 연속 우승 챔피언)

 

 

 

 

 

 

 

 

 

7개의 바구니에 미처 담지 못한 맛있는 이야기들

 

  •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한 번의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역대 14번째 투수였다.

 

  • 야모모토 요시노부의 2차전 완투승은 2015년 자니 쿠에토 이후 처음이었다.

 

  •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9 출루 기록을 세웠는데, 처음 4타석에서는 2개의 홈런과 2개의 2루타를 기록했고, 이어 고의사구 4개와 스스로 만들어낸 볼넷으로 추가로 5번이나 1루를 밟았다. 심지어 직접 볼넷을 얻어낸 타석에서도 오타니는 전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최초로 첫 두 타자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 트레이 예세비지는 5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신인 최다인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 애디슨 바저는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6회말 대타로 나와 만루홈런을 쳤는데, 이는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초의 대타 만루홈런이었다.

 

  • LA 다저스는 6차전에 이어 7차전에서도 2경기 연속 끝내기 더블플레이를 일궈냈다. 월드 시리즈에서 끝내기 엔딩 더블플레이가 나온건 1947년 월드시리즈 이후 78년 만의 일이었다.

 

  • LA 다저스는 1975년 신시내티 레즈 이후 50년 만에 3점차 열세 상황을 뒤집고 7차전 승리를 거둔 원정 팀으로 기록됐다.

 

  • 오타니 쇼헤이는 프로가 된 이후 결승전에 진출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2016년 일본시리즈, 2023 WBC, 2024 월드시리즈, 2025 월드시리즈).

 

  • 2025 타이완 시리즈는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야구장에서 라쿠텐 몽키스가, 2025 일본시리즈는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2025 한국시리즈는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LG 트윈스가, 월드시리즈는 LA 다저스가 로저스 센터에서 각각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들 우승 팀은 모두 원정 구장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공통점이 생겼고, 네 팀 모두 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1루 포스아웃으로 잡아내는 우연도 겹쳤다.

 

  • LA 다저스는 MLB 역사상 처음으로 MVP 출신 4명(클레이튼 커쇼,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오타니 쇼헤이)을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둔 우승팀이 되었다.

 

  • LA 다저스는 1997 플로리다 말린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 때 9회에 지고 있던 상황에서 역전승을 거둔 팀이 됐고, 원정 팀으로서는 역대 최초로 7차전에서 9회 역전승을 거둔 팀이 됐다. 역대 최초로 7차전 때 9회 역전승을 거둔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다.

 

  • 2025 시즌은 개막 시리즈가 일본 도쿄에서 미리 열렸고, 최종전이라 할 수 있는 월드시리즈 7차전 역시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며, MLB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시작해 미국 밖에서 끝난 시즌이 됐다.

 

  • 윌 스미스(Will Smith)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가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등록되면 그 팀은 반드시 우승한다는 징크스가 6년 째 이어지게 됐다. 타자 윌 스미스가 2020시즌 우승(LA 다저스), 투수 윌 스미스가 2021~2023시즌 매년 팀(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텍사스 레인저스)을 바꿔 우승했다. 이어 다시 타자 윌 스미스가 2024~2025년 우승(LA 다저스)에 성공했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솃, 돌튼 바쇼는 모두 MLB 선수였던 아버지를 둔 2세 선수들이다. 3명의 선수가 월드시리즈 1차전에 한 팀의 선발 라인업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출장한 것은 역대 월드시리즈 최초 기록이다.

 

  • 맥스 슈어저는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부터,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 2023년 텍사스 레인저스, 202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까지 각기 다른 네 팀에서 월드시리즈를 경험한 선수가 됐다.

 

  •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한 투수가 단일 시리즈 3승을 기록한 것은 2001 월드시리즈 랜디 존슨 이후 24년 만에 나온 기록이며, 원정 경기에서만 6, 7차전 승리와 3승을 거둔 건 모두 역대 최초다.

 

  • 미겔 로하스는 1960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 빌 마조로스키와 함께 월드시리즈 역사상 단 두 명뿐인 7차전 9회에 동점 혹은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어니 클레멘트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30개 안타를 기록했는데, 이는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안타 기록이다.

 

 

 

 

ⓒ sportscollectorsdaily.com(FATHER : JOHN, SON : MATTHEW)

 

  • 월드시리즈 7차전 미겔 로하스의 동점 홈런볼과 윌 스미스의 결승 홈런볼을 주운 사람은 우연히도 경기를 관람하던 토론토 팬 부자(아버지, 아들)였다. 로하스의 홈런볼은 아버지가, 스미스의 홈런볼은 아들이 잡은 것이다. (기록을 만드는 건 선수들만은 아닌가 보다)

 

 

 

 

 

 

 

 

 

기록 없는 야구, 야구 없는 기록

 

이처럼 기록은 단순히 1:0, 3:2 같은 승·패의 결과가 아닌 야구 그 자체를 사랑하게 만든다. 같은 경기라도 ‘기록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 nytimes.com

 

 

밋밋하고 싱거운 경기도 ‘기록’이 관여하는 순간 맛있어진다. 기록은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 없는 야구, 야구 없는 기록은 이젠 상상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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