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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와 ‘힐’의 뒤바뀔 뻔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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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Kobe)’ ‘힐(Hill)’의 뒤바뀔 뻔한 운명
불빛에 비유해 본 ’90년대 NBA 왕좌 구도 재편의 역사

 

우린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우연이든 고의든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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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나선 여자가 외투를 깜빡해 다시 들어갔어. 그때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약 2분간 통화를 했다. 같은 시각 데이지는 공연 리허설 중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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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전화를 끊고 택시를 타려고 밖으로 나왔다. 금방 손님을 내려준 택시 기사는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렀고, 데이지는 계속 연습 중이었어. 손님을 내려주고 커피를 산 그 택시 기사는 앞선 택시를 놓쳤던 그 쇼핑객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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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던 남자는 평소보다 5분 늦게 출근하는 길이었어.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회사에 늦은 남자가 길을 건널 때, 데이지는 연습을 끝내고 샤워 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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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가 샤워할 때 그 쇼핑객은 부티크에 있었는데, 미리 주문한 물건의 포장이 안 돼 있었어. 전날 애인과 헤어진 점원이 깜빡한 거지자는 택시를 다시 탔는데, 배달 트럭이 길을 막았어. 그때 데이지는 옷을 입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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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이 비켜줘서 택시가 다시 움직였고, 옷을 다 갈아입은 데이지는 신발 끈이 풀린 친구를 기다렸어. 택시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 동안 데이지와 친구는 극장 뒷문을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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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택시 기사는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고 데이지를 치었다. 데이지의 다리는 으스러졌다.

 

 

단 한 가지만 달랐더라면.

신발 끈이 안 풀렸거나, 트럭이 길을 막지 않았거나,

부티크 점원이 실연을 당하지 않아 물건을 포장해놨거나,

그 남자가 알람을 맞췄거나, 택시 기사가 커피를 안 샀거나,

쇼핑객이 코트를 잊지 않고 먼저 온 택시를 탔다면,

데이지와 친구는 길을 건너고 택시는 그냥 지나갔겠지.

 

하지만 삶은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는.

  

 

-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2011)≫ 中

 

 

 

 

신호등 불빛 같던 NBA 3인방 : Jordan·Kobe·Hill

 

팀마다 고유의 상징색이 있다. LA 다저스삼성 라이온즈파란색, LA 에인절스KIA 타이거즈빨간색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 NBA.com

 

 

1990년대 후반 NBA 팀들도 고유의 색이 있었다. 시카고 불스 빨간색 유니폼, LA 레이커스노란색 유니폼,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초록색 유니폼처럼.

 

당시 NBA넥스트 조던(Next Jordan)’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리그와 미디어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그랜트 힐(Grant Hill), 올랜도 매직의 앤퍼니 하더웨이(Anfernee Hardaway),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앨런 아이버슨(Allen Iverson) 등을 조던의 후계자(Heir Jordan)’ 후보군에 올리곤 했다.

 

 

 

ⓒ NBA.com

 

 

그중 조던의 빈자리를 가장 빨리 꿰찬 건 그랜트 힐이었다. 코트 위의 신사라 불리던 힐은 올스타 투표에서 조던을 누를 정도로 데뷔 한 달 만에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빨간 유니폼의 마이클 조던은 신호등의 빨간불 같았다. 조던의 독주 체제에서 또 다른 스타의 탄생은 불가능했다. 다들 신호에 걸린 자동차처럼 멈춰있었다. 그러다 조던의 은퇴로 공백이 생겼고, 마침내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었다. 바야흐로 그랜트 힐의 시대가 온 것이다.

 

코트 안과 밖은 빠르게 그랜트 힐로 대체되었다. 힐은 불과 1년 만에 필라(FILA)를 비롯해 스프라이트(Sprite), 켈로그(Kellogg’s Cereal), 쉬크(Schick) 면도기, 제너럴 모터스 GMC 트럭, 스팔딩(Spalding) 농구공 등 수많은 브랜드의 모델이 되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그랜트 힐’

 

힐의 인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도 상당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도 힐의 인기를 유추해볼 수 있다. 당시 NBA 카드 수집이 큰 인기였는데, 친구들끼리 그랜트 힐의 카드를 뽑았다고 자랑하는 장면도 등장하니 말이다.

 

 

ⓒ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틸컷

 

 

트리플 더블을 밥 먹듯 기록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훌륭한 외모, 코트 안팎에서의 단정한 품행, 유창한 말솜씨 등 기존의 거친 NBA 캐릭터와는 확실히 달랐다. ·고등학교 남학생들 사이에서 그랜트 힐은 일상 그 자체였다.

 

 

 

ⓒ NBC Sports

 

 

하지만 그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랜트 힐의 발목을 잡은 건 실제로 그의 발목이었다. 1999-00 시즌이 끝나갈 무렵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의 경기에서 힐은 왼쪽 발목을 크게 다쳤는데, 그 이후로도 휴식 대신 출전을 감행하는 선택을 하고 만다.

 

힐의 고군분투 덕에 플레이오프 티켓까지는 거머쥘 수 있었다. 이어 알론조 모닝이 이끌던 마이애미 히트와 만났는데, 이미 힐의 발목 상태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2차전부터는 아예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발목 상태가 악화됐다. 힐이 시리즈에 나서지 못한 디트로이트마이애미0:3으로 무릎을 꿇었고, 자신도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다.

 

 

 

 

‘힐’의 멘토, 조 듀마스’의 뒤통수(?)

 

ⓒ NBA.com

 

 

그리고 힐이 자신의 몸을 희생해가면서 팀을 이끌어가던 그 시기, 디트로이트 구단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힐의 팀 동료이자 멘토 역할을 하던 조 듀마스(Joe Dumars)1998-99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후 구단의 프런트 오피스 멤버에 합류한 상태였다.

 

조던은 스코티 피펜데니스 로드먼, 스티브 커, 토니 쿠코치 등 훌륭한 조력자가 많았지만 힐은 그렇지 못했다. 힐은 디트로이트의 소년가장이었다. 듀마스는 이런 힐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겪었을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인해 FA가 되면 팀을 떠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도 함께.

 

그래서인지 듀마스는 힐과의 결별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듀마스는 더 이상 선수가 아닌 구단의 신임 임원으로서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꼈을 것이다.

 

 
 
 
‘코비’의 트레이드 요청,초록색 유니폼’ 입을 뻔한 사연

 

ⓒ FOX Sports

 

 

듀마스가 고안해낸 카드는 힐의 사전 트레이드였다. 그리고 상대 카드는 다름 아닌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

 

그렇다. 1999-00 시즌 디트로이트 구단은 LA 레이커스코비 브라이언트를 영입하려는 시도를 했다. 물론 당시엔 비밀에 부쳐졌지만. 2016필 잭슨(Phil Jackson) 감독의 절친찰리 로젠(Charlie Rosen)의 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기 전까지.

 

시카고 불스에서의 영광을 뒤로한 채 LA 레이커스에 새 둥지를 튼 필 잭슨 감독은 1999-00 시즌을 맞았는데, 시즌 초부터 큰 암초에 부딪혔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이다.

 

코비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손목 골절 부상으로 개막 15경기를 결장했다. 하지만 팀은 114패로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갔고, 잘 나가는 스타팅 라인업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필 잭슨은 코비를 계속 벤치에 앉혔다. 화가 난 코비는 당시 레이커스 부사장이었던 제리 웨스트(Jerry West)에게 전화를 걸어 트레이드를 요청한다.

 

 

 

 ⓒ Los Angeles Times

 

 

트레이드 결정권은 사실상 필 잭슨에게 있었다. 애초 제리 웨스트와 필 잭슨은 서로 좋은 관계가 아니었고, 특히 필 잭슨은 당시 구단주 제리 버스(Jerry Buss)의 딸인 제니 버스(Jeanie Buss)와 공개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런트 권력 구도에서 제리 웨스트보다 필 잭슨이 우위에 있었던 셈. 실제로 해당 시즌을 끝으로 제리 웨스트는 돌연 사임한다.

 

 

 

 

ⓒ The New York Times

 

 

권력을 거머쥔 감독과 그 감독의 운영방식을 꼬집으며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트레이드를 요청한 4년 차 풋내기 스타. 그리고 그 선수를 원하는 상대 구단. 게다가 매력적인 반대급부 카드. 누구나 혹할 만하다.

 

당시 코비는 경기당 평균 19점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제리 웨스트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들은 필 잭슨도 잠깐. 아니, 몇 초 동안 디트로이트 피스톤즈가 제안한 그랜트 힐과의 트레이드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고민했다고 한다.

 

“For a few minutes I thought about taking the Pistons up on an offer they made to trade Kobe for Grant Hill. Make that a few seconds.”    - Phil Jackson

 

 

 

 

 

 

 

 

일종의 복선(伏線)

 

당시 리그에서도 코비의 존재감과 인기는 상당했지만, 아직 넥스트 조던 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조던이 빨간불, 힐이 초록불이었다면, 코비는 노란불 쯤이었다. 초록불에서 빨간불로 바뀌기 전 잠깐 켜지는 노란불 말이다.

 

신호등의 노란불은 전환 신호 역할을 한다. 초록불(진행)에서 빨간불(정지)로 바뀌기 전, 운전자에게 곧 정지 신호로 바뀔 것을 예고하는 신호인 것이다.

 

하지만 코비는 잠깐 켜졌다 꺼지는 신호등의 노란불 같은 반짝 스타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의미의 노란불이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미리 독자에게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伏線) 같은 것이었을까? 코비의 노란 유니폼, 노란불, 아니 노란 빛은 곧 자신과 레이커스가 리그를 지배할 것을 예고하는 신호였던 셈이다.

 

22세의 코비와 28세의 힐. 당시 두 팀 프런트 오피스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실제 이 트레이드는 성사될 정황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그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았다. 필 잭슨이 코비의 미래를 더 가치 있게 본 것이다.

 

조 듀마스는 항상 앞서 움직였다. 실제로 2년 뒤 유사한 방식으로 팀의 기둥이던 제리 스택하우스(Jerry Stackhouse)FA 직전 워싱턴 위저드로 보내고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을 영입하기도 했다.

 

 

 

ⓒ Fadeaway World

 

 

디트로이트 구단의 코비 사랑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디트로이트는 2007년에도 팀의 주축이던 타이숀 프린스(Tayshaun Prince),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아미르 존슨(Amir Johnson), 그리고 1라운드 픽까지 내주고, 코비를 영입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두 구단 모두 트레이드에 합의했으나, 코비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한편 힐은 실제로 2000년 여름 올랜도 매직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고,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그 과정에서 사인 & 트레이드를 통해 벤 월러스(Ben Wallace)를 영입했다. 그리고 월러스 영입은 조 듀마스가 2004년 디트로이트를 NBA 챔피언에 오르게 한 초석이 되기도 했다.

 

코비 역시 LA 레이커스의 프랜차이즈로 남으며 5번의 우승을 차지했으니, 사람들은 당시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염창희 : 그 계집애가 나한테 상처가 되는 말이 뭔지 정확히 알아. 넌 그냥 딱 촌스러운 인간이고, 난 그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는 경계선상의 인간. 경기도를 보고 뭐라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었는지를 몰라. 내가 1호선을 타는지, 4호선을 타는지. 어차피 자기는 경기도 안 살 건데 뭐하러 관심 갖녜.

 

오두환 : 사람이 좋으면은 그 사람 사는 동네 먼저 검색해 보는 게 인간인데.

 

염창희 : 뉴욕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서울에서 태어났으면. 하고 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 갖고.

 

염미정 : 서울에 살았으면 우리 달랐어?

 

염창희 : 달랐어.

 

오두환 : 달랐다고 본다.

 

염미정 : 난 어디서나 똑같았을 것 같은데. 어디서나... 이랬을 것 같애.

 

- ≪나의 해방일지≫ 1화 中

 

 

 

 

 

삶은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의 연속

 

하지만 20201월 비극적인 사고로 위대한 영웅을 잃은 우리는 또다시 만약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The New York Times

 

 

만약 2020126일 날씨가 조금만 좋았더라면,

전날 일기예보를 보고 조금만 더 늦게 출발했더라면,

헬리콥터 조종사가 계기비행 경험이 풍부했더라면.

 

아니, 2000년 필 잭슨 감독이 디트로이트 구단의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2007년 코비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럼 코비는 아직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의 딸 지아나도 지금쯤 WNBA 무대에서 그의 아버지처럼 활약하고 있지 않을까?

 

나머지 희생자들도 여전히 우리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며 2025년을 살고 있지 않을까?

  

 

 

단 한 가지만 달랐더라면…

 

 

중학 영어에서 배운 가정법 ‘If’를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붙이는 날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는 끊임없이 만약의 리스트를 늘려가며 때론 자책도 해보지만 이내 헛수고임을 알아차린다.

 

삶은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의 연속임을 이젠 알기 때문에.

 

만약을 노래한 세상의 수많은 가수들과 위에서 예로든 영화와 드라마 대사 일부처럼 말이다.

 

 

 

 

 

 

 

 

 

덧 #1

 

925.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화물 트럭이 제 차를 덮치는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보험사 현장 출동직원을 기다리다 무심코 신호등을 올려다봤는데, 잠깐 켜졌다 꺼지는 노란불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코비가 떠올랐습니다. 신호등의 노란불처럼 너무 빨리,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

 

저는 이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이었을까요? 글을 쓰며 사고 시간을 다시 확인해보니 아침 824분이었더군요. 이것도 일종의 복선이었을까요?

 

부고 소식이 전해진 후 NBA에서는 코비의 등번호인 24번과 8번에 착안해 24초 룰, 8초 룰로 그를 추모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공격권을 따낸 팀이 공격 제한시간인 24초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입니다. 공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상대 팀도 8초간 하프라인을 넘지 않음으로써 그 공격권을 다시 상대 팀에게 돌려줍니다. 그 시간 동안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비를 추모하자는 취지였지요.

 

앞으로 신호등에 노란 불이 들어오면 차를 멈추고 코비를 생각하는 습관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코비를 추모하는 것이지요. 

 

 

 

ⓒ Daily Breeze

 

 

한편 2006-07 시즌을 앞두고 코비는 신인 시절부터 쓰던 자신의 등번호 8번을 24번으로 바꾼 배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 싶었다.”  - 코비 브라이언트

“I just wanted to make the most of the time I had.”  - Kobe Bryant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점에서 ‘24’라는 숫자를 자신의 등번호에 새긴 것입니다. 마치 문신처럼.

 

오늘 나는 과연 24시간을 코비처럼 가치 있게 썼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LA 레이커스 구단은 201712188번과 24번을 모두 영구결번으로 지정했습니다. NBA 역사상 같은 선수의 2개의 등번호가 모두 결번된 사례는 코비가 유일합니다.

 

경기 시작 4~5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연습에 몰두했다던 당신. 언제나처럼 우리보다 한 발 더 앞서 간 것뿐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먼 훗날 천국에서도 당신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The New York Times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 지아나.

 

그리고 다른 일곱 분의 안타까운 희생자 분들께도 늦게나마 명복을 빕니다.

 

 

 

 

 

ⓒ The New York Times

 

 

 

Rest in Peace,

 

Kobe and Gianna Bryant, John Altobelli, Keri Altobelli, Alyssa Altobelli, Christina Mauser, Sarah Chester, Payton Chester and Ara Zobayan.

 

 

 

 

 

 

 

덧 #2

 

운명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운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면 너무 허무하고 또 무서울 것 같지만, 반대로 없다고 하면 그건 또 그것대로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공모전에 선보일만한 코비 브라이언트의 소장품이나 카드는 많지 않지만, 제가 아직까지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운명 같은 코비 브라이언트 카드 1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카드 읽어주는 남자

 

 

2016년 즈음 차를 사려고 수십 년간 모아온 카드 일부를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엔 코비 브라이언트의 카드도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 Clifford Oto - SLAM DUNK

 

 

예전에 이 흑인 꼬마의 덩크 사진을 보며 참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코비의 신인 시절 앳된 모습과 묘하게 중첩돼 참 좋아하는 카드였습니다.

 

그런데 재작년 미국의 한 경매사이트에 제가 2016년 처분했던 카드가 다시 올라온 것입니다. 등급을 받은 카드들은 고유번호가 생성되는데, 끝자리가 코비의 등번호와 같아서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당시 사진을 찾아보니 정말 그 카드가 맞았습니다.

 

1993년 대전에서 진도까지 3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 주인을 찾아온 진돗개(백구) 이야기처럼 수많은 컬렉터들의 손을 거쳐 결국 다시 제 손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다른 내로라하는 수집품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겐 그 어떤 카드보다 가치 있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비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들을 하고 계신 것 같아 동지애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짧게 덧붙이려던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Mamba Out.

 

카읽남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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