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추라가 라이언에게 꿀밤 6대를 맞은 사연
짐 캐리는 1994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
2월에 개봉한 <에이스 벤추라> 7월에 개봉한 <마스크> 12월에 개봉한 <덤 앤 더머>가 연달아 히트함으로써 얼굴을 구기고 과장된 몸짓을 하는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시발점이자 필자가 개인적으로 짐 캐리의 최고 연기였다고 생각하는 <에이스 벤추라>는 동물 탐정인 에이스 벤추라(Ace Ventura)가 실종된 마이애미 돌핀스의 마스코트인 돌고래를 찾는 내용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는 로빈 벤추라(Robin Ventura)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자리를 잡은 후였다.
벤추라는 6개의 골드글러브를 따냈을 만큼 뛰어난 수비를 자랑했고, 만루홈런을 잘 치기로 유명했다. 레지 잭슨이 563개의 통산 홈런 중 만루홈런이 5개, 마크 맥과이어가 583개 중 6개인 반면, 벤추라는 294개 중 18개(역대 5위)에 달했다.
벤추라는 1995년 4회와 5회 연속 이닝 만루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고, 1999년에는 더블헤더 1차전과 2차전에서 모두 만루홈런을 날린 최초의 기록을 만들었다. 1999년 NLCS 5차전에서는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 15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날렸는데,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든 동료들의 방해로 2루 베이스도 밟지 못함으로써 단타로 기록됐다(Grand Slam Single).
하지만 벤추라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따로 있다. 벤추라에게는 굴욕에 가까운 1993년의 일이다.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는 수 년 간 쌓인 빈볼 시비로 감정이 좋지 않았다.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당일 텍사스 선발이 몸쪽 승부를 즐기는 놀란 라이언인 걸 알고, 라이언이 던진 공에 맞는 사람이 생기면 누가 되더라도 마운드로 달려가 메시지를 전달하자고 약속했다. 당첨된 사람은 벤추라였다.
라이언이 던진 몸쪽 공에 팔꿈치 근처를 맞은 벤추라는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마운드로 뛰어갔다. 라이언은 명예의 전당이 예약된 46세의 대투수였고, 벤추라는 올스타 선수이긴 하지만 라이언보다 20살이 어렸다.
더 재밌는 건 그 다음이었다. 벤추라는 라이언에게 달려가다가 잠시 머뭇했다. 훗날 벤추라는 마운드로 달려가는 중간쯤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저 사람은 놀란 라이언인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라이언은 억지로 달려오긴 했지만 주저하고 있는 벤추라를 헤드락으로 제압한 다음 꿀밤 6연타(noogies)를 날렸고, 두 사람의 일기토는 너무 싱겁게 끝났다.
라이언은 "벤추라를 맞힐 의도는 없었다. 그냥 몸쪽으로 던지려고 했을 뿐이다"라고 했고, 심판들은 라이언의 꿀밤이 정당방위라고 판단해, 벤추라 만 퇴장시켰다. 하지만 벤추라는 "고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야구를 모르는 것"이라고 라이언의 말을 반박했다.
훗날 벤추라는 이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했다는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났다면서 "당시 경기장(텍사스 알링턴스타디움)에 50만 명은 있었나 보다"는 농담을 했다.
벤추라는 이 사건을 유쾌하게 받아들였지만, 놀란 라이언의 다큐멘터리 영화 때는 관련된 인터뷰를 거절했다. 감독은 마지막에 <로빈 벤추라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자막을 넣어 벤추라에게 7번째 꿀밤을 먹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