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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 카드로 보는 MLB Story ⑮] 꿈의 구장, MLB 사무국의 마술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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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꿈의 구장, 현실과 꿈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MLB 사무국의 마술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영화
그리고 그 영화를 바탕으로 한 실화 

 

 

 

 

백발이 된 케빈 코스트너, 32년 만에 스크린 밖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듯 영화를 바탕으로 한 실화도 존재합니다. 2021812일 美 FOX 스포츠 채널에 백발의 한 중년 헐리우드 배우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야구공을 손에 쥔 채 자신의 키보다 2배는 더 커 보이는 옥수수나무를 헤치며 녹색 그라운드로 입장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그가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임을 알아차렸습니다.

 

 

투수 마운드까지 걸어온 코스트너가 외야를 응시하자 옥수수밭에선 1910년대 올드 유니폼을 입은 현역 메이저리그 MLB 선수들(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양키스)이 유령처럼 나타났습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의 한 장면을 32년 만에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해낸 것입니다. 이날 경기에 동원된 카메라 수만 해도 총 39대였다고 합니다.

 

 

 

 

“If you build it, he will come”

코스트너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36살의 평범한 농부 레이 킨셀라(Ray Kinsella) 역을 맡았었습니다. 그것(야구장)을 지으면, 그가 올 거야(If you build it, he will come)”라는 계시 목소리를 들은 주인공이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만들자 1919 블랙삭스 스캔들(Black Sox Scandal)’로 영구 제명됐던 조 잭슨(Joe Jackson) 8명의 선수들과 그의 팬이었던 아버지 등이 유령으로 나타나 야구를 하는 판타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자간의 갈등을 해소한다는 가족애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어 미국을 대표하는 가족영화로 꼽히기도 합니다. 참고로 위 대사(If you build it, he will come)2005미국영화연구소(AFI, American Film Institute)가 선정한 명대사 39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이날 경기 내용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습니다. 4:7로 뒤지던 뉴욕 양키스가 9회 초 대거 4점을 뽑아 8:7로 역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 Chicago Tribune

 

9회 말 1아웃 상황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팀 앤더슨(Tim Anderson)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2점 홈런을 뽑아 이날 경기를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앤더슨의 끝내기 홈런 타구는 그들이 등장했던 우측 담장 옥수수밭으로 떨어졌습니다.

 

 

ⓒ Chicago Tribune

 

FOX 스포츠는 이날 미국에서만 5903,000여명이 경기를 시청했으며, 이는 2005년 이후 정규시즌 경기 최고 시청률이라고 밝혔습니다. 순간 최고 시청자 수도 6094,000여명에 달했습니다. MLB 사무국은 그 다음 해인 2022811일엔 꿈의 구장(시카고 컵스 vs 신시내티 레즈, 4:2 컵스 승)’ 속편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 2021 TOPPS NOW #649 MAJOR LEAGUE BASEBALL(카드 읽어주는 남자)

 

 

 ⓒ 2022 TOPPS #64 TIM ANDERSON SP(카드 읽어주는 남자)

 

한편 美 스포츠카드 제작업체 Topps社는 이날 꿈의 구장 이벤트 경기를 기념하는 카드를 제작(14,434장 인쇄), 8월 13~14일 한정 판매했으며, 2022년 Topps Series에는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던 팀 앤더슨이 옥수수밭에서 등장하는 사진을 숏 프린트(Short Print) 형태로 소량 인쇄 발매해 컬렉터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블랙삭스 스캔들맨발의 조

블랙삭스 스캔들은 구단주의 부당한 처우에 시달린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브로커의 청탁을 받아 고의로 경기에 패한 승부조작 사건을 말합니다. 깨끗한 이미지의 하얀 양말(White Sox)’이 아닌 시커먼 양심의 검은 양말(Black Sox)’이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The WALL STREET JOURNAL(The Black Sox The South Siders lost 1919’s best-of-nine World Series to the Reds, 5-3)

 

파문이 커지자 다음 해 8명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가 영구 제명됐는데, 그중 맨발의 조로 불리던 조 잭슨은 석연치 않게 퇴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맨발(Shoeless)의 조라는 별명은 신발이 맞지 않아 맨발로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관중들이 보낸 야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cincinnati.com(Newspaper clips of the eight men out of the Chicago White Sox)

 

잭슨13시즌 동안 타율 3(0.356)에 오를 정도로 유능한 타자였습니다. 베이브 루스(Babe Ruth)내 타격 스타일은 잭슨을 모방한 것이며, 나를 만들어낸 위대한 타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리그의 허물을 덮으려다 그의 재능까지 함께 묻혔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를 비롯한 야구계 주요 인사들과 팬들이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잭슨은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양 팀 최다인 12안타를 기록하는 등 훌륭한 활약을 펼쳤고, 수비에서도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재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끝내 복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1919년 월드시리즈 8경기 동안 12안타를 기록한 조 잭슨(Daily Press)

 

ⓒ www.shoelessjoejackson.org

 

한편 2008621일엔 사후 명예 회복을 위한 맨발의 조 잭슨 박물관(Shoeless Joe Jackson Museum and Baseball Library)’이 세워졌는데, 조 잭슨과 그의 아내 케이티 잭슨(Katie Wynn Jackson)의 마지막 거주지를 기반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념관입니다.

 

 

 

 

조 잭슨피트 로즈도 명예의 전당입성 가능?

해당 박물관 측은 2015MLB조 잭슨의 복권 요청을 했으나, 커미셔너(Commissioner) 롭 맨프레드(Rob Manfred)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513일엔 다른 결정이 나왔습니다. 맨프레드가 기존 방침과 다르게 사망자에게 영구제명 조치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조 잭슨피트 로즈(Pete Rose) 등 다수 사망한 선수들의 제명 조치를 해제한 것입니다. ‘Rule21(도박 관련 규정)’은 선수의 생애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사망 이후에는 더 이상 리그의 청렴성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해석이었습니다.

 

ⓒ This Great Game

 

 

해당 조치로 인해 이들 선수*2027년 말에 열릴 베테랑 위원회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여부를 검토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피트 로즈(Pete Rose), 조 잭슨(Joe Jackson), 에디 시코테(Eddie Cicotte), 해피 펠쉬(Happy Felsch), 칙 간딜(Chick Gandil), 프레드 맥멀린(Fred McMullin), 스웨드 리스버그(Swede Risberg), 벅 위버(Buck Weaver), 레프티 윌리엄스(Lefty Williams), 조 기디언(Joe Gedeon), 진 포즐렛(Gene Paulette), 베니 코프(Benny Kauff), 리 매지(Lee Magee), 필 더글러스(Phil Douglas), 코지 돌란(Cozy Dolan), 지미 오코넬(Jimmy O'Connell), 윌리엄 콕스(William Cox)

 

참고로 피트 로즈1985~1987신시내티 레즈 소속 당시 자신의 팀에 베팅 사실(최소 52경기)이 발각돼 1989823일 영구제명 조치가 내려졌고, 지난해 930일 라스베이거스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 피트 로즈(Rolling Stone)

 

그 후 그의 딸과 대리인이 올 1월 공식적으로 복권 신청을 제출했는데, 이는 맨프레드가 사망자의 영구제명 조치 해제 결정을 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 됐습니다.

 

 

 

 

검은 양말을 하얗게넬리 폭스의 헌신

블랙삭스 스캔들로 인해 선수뿐만 아니라 화이트삭스 구단 또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화이트삭스 팬들은 야구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이라며 등을 돌렸고, 수십 년간 부정한 팀’, ‘배신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떠안았습니다. 당연히 팀 성적도 곤두박질쳤습니다. 부진을 거듭하던 중 무려 40년 만인 1959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일이 있는데, 바로 넬리 폭스(Nellie Fox, Jacob Nelson Fox)라는 선수 덕분이었습니다. 넬리 폭스1959화이트삭스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일등공신이었으며, 그해 골드글러브와 아메리칸 리그 MVP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넬리 폭스(Baseball Hall of Fame)

 

특히 넬리 폭스는 통산 10,349번 타석에 들어서서 삼진을 216밖에 당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팀원들은 그를 조용한 리더, 근면함의 상징, 화합의 중심으로 여겼고, 이 같은 이미지가 팀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의 등번호 2은 구단 최초로 1976년 영구결번됐고, 1997 베테랑 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습니다. 화이트삭스2006년 그의 동상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성실한 슈퍼스타를 활용해 구단의 긍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노력하기도 했습니다한편 넬리 폭스MLB 역사상 2루수 중 올스타 최다 출전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이 트로피는 1955612 밀워키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가한 넬리 폭스에게 수여된 스털링 실버 보울(Sterling Silver Bowl)’입니다. MVP 혹은 참가자에게 기념으로 증정되는 순은(Sterling Silver)으로 만든 기념 그릇인데, 1950~60년대 올스타전에서는 선수들에게 기념품으로 은제 보울 세트를 증정하곤 했습니다.

 

 

ⓒ 1955년 올스타전에서 연장 12회 말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스탠 뮤지얼(SABR.org)

 

한편 이날 1회 초 리드오프로 타석에 들어선 넬리 폭스는 안타를 기록한 후 와일드 피치로 3루까지 진루하고 첫 득점에도 성공했습니다. 1회 초 4:0까지 달아난 아메리칸리그는 5회초 1점을 더 보태 5:0으로 점수를 더 벌렸습니다. 하지만 7~9회 연속 득점에 성공한 내셔널리그가 결국 5:5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2회 말 스탠 뮤지얼(Stan Musial)의 홈런으로 5:6 역전승을 거두게 됩니다.

 

 

 

 

마술사 혹은 추억 장사꾼

MLB 사무국은 이 영화, 아니 이 게임의 한 장면을 재현해내기 위해 2019년부터 꿈의 구장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영화 촬영지였던 美 아이오와(Iowa)州의 다이어스빌(Dyersville)에 있는 옥수수밭을 사들여 8,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만든 것입니다.

 

ⓒ Chicago Tribune

 

최근 몇 년간 MLB는 인기스타의 부재, 긴 경기시간, 미식축구(NFL) 등 경쟁 종목의 인기에 밀려 팬들로부터 외면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이에 MLB 사무국피치 클락(Pitch Clock), 연장 승부치기 제도(Tiebreaker, Auto-Runner) 도입 등 각종 규정을 정비했고, 팬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여러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꿈의 구장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이벤트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 Chicago Tribune

 

 

MLB 사무국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위대한 마술사일까요?

아니면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 장사꾼에 불과할까요?

 

혹여 후자라고 해도 이러한 이벤트는 박수받기 충분해 보입니다.

 

경기를 보던 팬들도 잠시나마 각자 잊고 있던 꿈 하나씩은 기억해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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