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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타격 천재, 로켓을 격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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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999년 7월, 플로리다 말린스가 16살 베네수엘라 소년과 맺은 180만 달러 계약이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꿀 줄은 아무도 몰랐다.

미겔 카브레라.

 

미기(Miggy)는 지난 57년 동안 '세 개의 왕관'(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유일한 타자이자 타율 3할, 3000안타, 500홈런으로 은퇴한 역대 세 명 중 하나다. 다른 두 명이 누구냐고? 위대한 행크 애런, 애런만큼 위대한 윌리 메이스다.

 

미기가 좋아한 팀은 양키스였다. 하지만 양키스의 스카우트들은 미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저스가 최고액인 2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미기는 자신에게 가장 정성을 쏟은 말린스를 고마워했고, 20만 달러가 적은 말린스와 계약했다. 180만 달러는 당시 베네수엘라 유망주 최고액이었다.

 

미기는 데뷔전(2003)에서 연장 11회말 1-1 균형을 깨는 끝내기 투런을 날렸다. 1900년 이후 데뷔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선수는 1971년 빌리 파커(29세)와 2002년 조시 바드(24세)에 이어 세 번째였지만, 미기는 막 스무 살을 넘긴 선수였다. 

사진 출처 - Detroit Tigers 트위터

 

20세 돌풍은 포스트시즌으로도 이어졌다.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2루타 두 개가 포함된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세 개의 홈런을 날리고 6타점을 올렸다. 시리즈 MVP는 퍼지 로드리게스였지만, 미기의 활약도 못지 않았다.

 

월드시리즈의 상대가 양키스인 건 운명이었다.

 

양키스가 2승1패로 앞서 있던 4차전. 말린스의 4번 타자였던 미기는 1회 2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나섰다. 상대는 '로켓' 로저 클레멘스. 1983년 4월에 태어난 타자와 1984년 5월에 데뷔한 투수 간의 대결로, 정확히는 클레멘스가 데뷔하고 1년 27일 후 미기가 태어났다.

 

클레멘스는 핏덩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타자의 기를 꺾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위협구부터 던지고 시작했던 클레멘스는 초구를 미기의 턱 근처로 날렸다.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다. 미기가 클레멘스를 노려본 것이다. 

 

클레멘스는 마운드에 올라서면 투사가 되는 걸로 유명했다. 1999년 월드시리즈에서 클레멘스는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부러진 방망이를 타자인 마이크 피아자에게 집어던졌고, 피아자는 클레멘스를 다시 만났을 때 마운드로 달려가기 위해 가라데를 배웠다. 클레멘스가 불러일으키는 공포심 때문에, 어지간한 경력의 선수들도 하지 못하는 행동이었다.

 

위협구 탓이었을까, 미기는 바깥쪽 공 두 개에 모두 헛스윙을 했다. 1볼 2스트라이크. 모든 게 클레멘스의 뜻대로 되어갔다. 

 

단기전 경험이 풍부한 양키스 투수들은 미기를 상대로 끊임없이 변화를 주며 흔들었고, 미기는 1,2차전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3차전에서는 접근 방식을 바꿔 훗날 명예의 전당 투수가 되는 마이크 무시나를 상대로 2안타를 터뜨렸다. 이미 클레멘스를 만나기 전, 한 차례 껍질을 벗은 미기였다.

 

클레멘스의 결정구는 스플리터였다. 볼카운트 2-2에서 클레멘스가 던진 5구는 위닝샷이 될 만한 공이었다. 하지만 미기는 몸쪽으로 떨어진 스플리터를 파울로 만들었다. 다음 공도 파울. 

 

클레멘스가 던진 7구는 바깥쪽으로 높게 들어온 패스트볼이었다. 미기는 이 공을 반대편으로 날려 담장을 넘겨 버렸다.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으로, 3차전에서 미기가 조정했던 부분은 바깥쪽 공을 잡아당기지 않고 반대편으로 날리는 것었다. 

 

미기가 20세187의 나이로 날린 월드시리즈 홈런은 미키 맨틀의 1952년 기록(20세352일)을 넘어섰으며, 1996년 앤드루 존스(19세180일)에 이어 역대 최연소 2위 기록이었다. 미기의 홈런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던 건 홈런을 맞은 투수가 클레멘스였기 때문이다.

 

1996년, 1998년, 1999년, 2000년 월드시리즈를 모두 승리한 양키스는 2001년 월드시리즈를 패했다.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을 상대했던 것이기에 자연재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말린스에게 당한 2003년의 패배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말린스의 연봉 총액이 4900만 달러(25위)인 반면 양키스는 1억5200만 달러(1위)였다. 다윗의 돌팔매에 골리앗이 쓰러진 2003년 월드시리즈는, 6차전에서 완봉승을 따낸 베켓(시리즈 MVP)과 클레멘스를 무너뜨린 미기의 홈런으로 기억됐다. 

 

미기는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미기의 홈런은 양키스에 피바람을 일으켰다. 미기에 대해 부실한 리포트를 작성해, 미기를 놓치도록 만든 세 명의 스카우트가 해고를 당한 것이었다. 

 

만약 양키스가 미기에게 좋은 제안을 했고, 미기가 핀스트라이프를 입었다면, 메이저리그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2003년의 우승 팀은 양키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우주에서 미기는 말린스 검은 유니폼을 입었고,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불패 신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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