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연재 : 카드로 보는 MLB Story ⑬] ‘앤드류 맥커친’ 그리고 ‘해적선의 미래’
연재
‘앤드류 맥커친’ 그리고 ‘해적선의 미래’
지난 6월 11일(미국 현지시간 기준) 피츠버그 파이리츠(Pittsburgh Pirates)의 앤드류 맥커친(Andrew McCutchen)이 홈구장 PNC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Miami Marlins)와의 경기에서 5회 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상대 투수는 칼 콴트릴(Cal Quantrill).

ⓒ 맥커친의 홈런 타구 분석(MLB.com)
이 홈런은 맥커친 자신의 시즌 6호 홈런이자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기록한 통산 241번째 홈런이었습니다. 커리어 전체 기준으로는 325번째 아치였습니다.
맥커친은 이날 홈런으로 로베르토 클레멘테(Roberto Clemente)의 240홈런을 제치고, 파이리츠 구단 개인 최다 홈런 순위 3위로 올라섰습니다(2025.6.27. 기준 : 243개 기록 중).

ⓒ 2003 TOPPS TRIBUTE PERENNIAL ALL-STAR EDITION #10 ROBERTO CLEMENTE(카드 읽어주는 남자)

ⓒ 이날 경기 전까지 파이리츠 역대 개인 최다 홈런 순위(MLB.com)
파이리츠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는 윌리 스타젤(Willie Stargell)로 475개를 기록했으며, 랄프 카이너(Ralph Kiner)가 301개로 2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참고로 5위는 배리 본즈(Barry Bonds)의 176개입니다.

ⓒ 홈런 후 커튼콜로 화답하는 앤드류 맥커친(MLB.com)
1만 6,000여명에 달하는 관중들의 환호에 맥커친은 커튼콜 세레머니로 화답했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위원까지도 모처럼 만의 기분 좋은 소식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 맥커친의 홈런볼을 주운 짐 콜레사르 씨의 인터뷰(MLB.com 영상 갈무리)
막간을 이용해 홈런볼을 주운 팬의 인터뷰도 이어졌습니다. 홈런볼을 주운 사람은 파이리츠의 오랜 팬인 짐 콜레사르(Jim Kolesar) 씨였습니다.

ⓒ 맥커친에게 전달된 홈런볼(MLB.com 영상 갈무리)
홈런볼을 주우려고 순식간에 팬들이 몰렸는데, 사실 누군가 홈런볼을 줍는 장면은 방송 화면에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좌석 아래 끼어있던 홈런볼을 콜레사르 씨가 운 좋게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 경기 후 앤드류 맥커친과 만난 콜레사르 씨(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 공식 SNS)
콜레사르 씨는 고민 없이 이 공을 맥커친에게 전달했고, 맥커친도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본인이 직접 사인한 공을 건넸다고 합니다. 맥커친은 “홈에서 이런 기회를 얻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만약 다음 시리즈인 시카고 컵스전에서 홈런이 나왔다면 이 공을 다시 돌려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한편 이날 경기는 파이리츠가 5:2로 승리를 거뒀으며, 6월 27일 기준 파이리츠의 시즌 성적은 32승 50패를 기록 중입니다.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감독 경질 이후 성적은 20승 24패로 승률이 소폭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최근 웃을 일이 많이 없던 파이리츠 구단이었습니다. 지난 5월 9일 계속된 부진에 6시즌째 팀을 이끌던 데릭 셸턴(Derek Shelton) 감독이 경질됐고, 팀은 여전히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 최근 경질된 데릭 셸턴 감독(MLB.com)
특히 2015년을 마지막으로 팀이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실패하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입니다. 해적군단의 에이스인 폴 스킨스(Paul Skenes)만이 역투하고 있는 실정인데, (최근 단장이 선을 긋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 트레이드설까지 돌았었습니다.

ⓒ 2015 TOPPS #400 ANDREW McCUTCHEN PHOTO VARIATION(카드 읽어주는 남자)
이런 상황에서 맥커친의 241호 홈런은 팀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해적선장 역할을 하고 있는 맥커친이 팀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모멘텀 하나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간 맥커친은 혼자서 버거워 보였습니다. 어느덧 마흔에 가까워진 나이로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료 선원들의 눈에 띄는 성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유령선이 되어 침몰할 것만 같았던 해적선의 선장이 선원들에게 직접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것입니다.
맥커친은 이날 한 번의 스윙으로 팀원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침몰하지 않았다고.
우리의 항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우리가 꿈꾸던 보물섬이 멀지 않았다고.
다른 팀들의 승리를 약탈하는 멋진 해적이 되자고.”
파이리츠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79년이었습니다.

ⓒ 2023 Topps Chrome Platinum Superfractor 1/1 Willie Stargell (카드 읽어주는 남자)
그해 파이리츠는 ‘We Are Family’라는 슬로건 아래 ‘윌리 스타젤’의 리더십과 MVP 활약에 힘입어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파이리츠의 통산 5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이었습니다.

ⓒ 1979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 장면(triblive.com)
1979년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We Are Family’라는 슬로건 아래 ‘윌리 스타젤’의 리더십과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를 꺾고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후 파이리츠는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특히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 연속 승률 5할 미만 시즌을 보냈는데, 이는 북미 4대 스포츠 최장 기록 중 하나로 꼽힙니다.
부진한 팀 성적과 프랜차이즈 스타의 부재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맥커친의 등장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2013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팀을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습니다. 특히 2013년 플레이오프는 파이리츠의 21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팀은 다시 하락세를 탔고, 구단주의 구두쇠 운영으로 맥커친을 비롯해 게릿 콜(Gerrit Cole) 등 핵심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맥커친의 피츠버그 사랑은 유독 각별합니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맥커친’하면 ‘피츠버그’, ‘피츠버그’하면 ‘맥커친’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런 그가 2018년 1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an Francisco Giants)로 트레이드되고 맙니다. 맥커친은 당시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머릿속에 제일 먼저 이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 Jared Wickerham
그리고 맥커친은 팬들에게 ‘The Players' Tribune(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공유하는 플랫폼)’에 이런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의 데릭 지터(Derek Jeter),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의 칼 립켄 주니어(Cal Ripken Jr.)처럼, 자신도 한 팀에서만 뛰면서 그 도시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23시즌 파이리츠로 복귀하기 전까지 맥커친은 자이언츠와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Philadelphia Phillies), 밀워키 브루어스(Milwaukee Brewers)에서 총 5시즌을 뛰었습니다. 그럼에도 맥커친은 피츠버그 교외에 있는 자신의 집을 팔지 않았습니다. 피츠버그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아이들도 태어났습니다. 다른 팀에서 뛰면서도 피츠버그의 자선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023시즌을 앞두고 그의 아내가 피츠버그 구단주인 밥 너팅(Bob Nutting)에게 연락해볼 것을 권유했고, 그렇게 보낸 맥커친의 문자가 피츠버그 컴백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 CBS Sports
다시 돌아온 피츠버그는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당시 동료들은 모두 팀을 떠났고, 그의 멘토이자 당시 감독이었던 클린트 허들(Clint Hurdle) 감독도 없었습니다.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리던 표지판은 알코올 음료 광고로 덮였고, 프런트 오피스 직원들도 전부 바뀌어 있었습니다.
ⓒ Gene J. Puskar(AP Images)
만약 바뀌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면, 그건 아마 그를 사랑해준 팬들이었을 것입니다. 맥커친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이젠 과거가 아닌 지금의 피츠버그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맥커친은 피츠버그 외에 다른 팀에서 뛰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얼마나 오래 선수생활을 할지에 대한 목표도 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인터뷰 멘트에서 해적선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감사하며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겁니다.”

ⓒ 2023 Topps Chrome 1/1 Superfractor CUTCH BACK AT HOME(카드 읽어주는 남자)
선장은 배와 운명을 함께합니다.
맥커친이 해적선을 버리지 않았듯 팬들도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166경기 중 82경기를 치른 피츠버그. 시즌은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을 뿐입니다.
맥커친의 241호 홈런이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가는 저주의 쇠사슬을 끊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