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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 카드로 보는 MLB Story ⑥] ‘핑크빛’으로 물든 MLB의 ‘마더스 데이(Mother'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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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일 년에 딱 한 번. 

메이저리그의 초록색 그라운드 위로 분홍색 꽃들이 피어나는 날이 있습니다.

 

달력을 보니 올해 개화일(開花日)은 5월 11일(한국시간으로는 5월 12일)이네요.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 

바로, 미국의 마더스 데이(Mother’s Day)입니다.

 

 

 

 

 

 

 

 

 

ⓒ uni-watch.com

 

매년 마더스 데이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자신의 어머니 혹은 아내를 위해 분홍색 장비를 착용합니다. 유니폼부터 모자, 배트, 양말, 신발, 심지어 심판 프로텍터까지 전부 분홍색입니다. 

마더스 데이는 어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날임과 동시에 이날 선수들이 착용한 물품들을 경매에 붙여 유방암 연구기금에 기증하는 연례 행사입니다.

 

참고로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마더스 데이(Mother’s Day, 5월 둘째 주 일요일)와 파더스 데이(Father’s Day, 6월 셋째 주 일요일)를 따로 기념합니다. 반대로 파더스 데이에는 분홍색 대신 하늘색 장비를 착용합니다.

MLB 사무국은 2001년부터 선수들에게 분홍색 액세서리와 장비를 착용하도록 허가했습니다.

 

 

 

마초남들이 분홍색 배트를 휘두르면

 

‘루이빌 슬러거(Louisville Slugger)’ 배트를 생산하는 업체인 ‘힐러리치 & 브래즈비(Hillerich & Bradsby)’社의 최고경영자 ‘존 힐러리히 4세(John Hillerich IV)’는 한 가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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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초남들이 분홍색 배트를 휘두르면 유방암에 걸린 여성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는 2006년 봄 ‘힐러리치 & 브래즈비’의 자회사가 NHL(National Hockey League) 유방암 인식 캠페인을 위해 분홍색 하키 스틱을 만든 후 나온 것입니다. 힐러리히는 야구에도 분홍색 배트를 접목시켜 볼 것을 MLB 사무국에 제안했고, 사무국은 곧바로 이를 2006년 마더스 데이 프로그램에 추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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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선수들은 단순히 마더스 데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혹은 그날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만 분홍색 배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타자들은 이날만큼은 유방암 연구와 지원 기금을 모금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 maruccisports.com

 

 

 

​MLB 사무국은 2001년부터 유방암 인식 제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2005년에는 팬들이 마더스 데이를 앞둔 주에 삼진이 나올 때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스트라이크아웃 챌린지(Strikeout Challenge)’ 캠페인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치열한 전쟁터 그 자체지만, 때로는 이처럼 경기 기록에만 몰두하지 않고, 팬들을 위해,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 어떻게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성숙한 집단이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메이저리그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마더스 데이’에 나온 진귀한 기록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댈러스 브래든(Dallas Braden)은 2010년 5월 9일 마더스 데이에 MLB 역사상 19번 째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했습니다. 

브래든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활약했는데, 통산 성적은 26승 36패, 방어율 4.16에 불과할 정도로 스타급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 댈러스 브래든(baseballhall.org)

 


그날은 오클랜드의 홈 경기였으며, 상대 팀은 탬파베이 레이스였습니다. 브래든은 총 27명의 타자를 109개의 공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경기 시간은 총 2시간 7분. 그날 그의 할머니도 관중석에서 브래든의 역투를 지켜봤다고 합니다.

 

 

 

 

 

 

 

ⓒ 2015년 마더스 데이에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2,000 탈삼진을 축하하는 관중들(MLB.com)

 

 


한편 2015년 5월 10일 마더스 데이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개인 통산 2,000번째 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기준 에르난데스의 나이는 29세 32일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어린 나이에 2,000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는 단 3명뿐이었습니다. 그 3명은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버트 블라일레븐(Bert Blyleven)월터 존슨(Walter Johnson), 그리고 샘 맥도웰(Sam McDowell)입니다.

 

 

 

 

 

 

 

 

 

 

ⓒ FOX Sports

 

 

 

2024년엔 드라마 같은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5월 12일 마더스 데이에 뉴욕 메츠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맞붙었는데요. 이날 뉴욕 메츠의 내야수 브랜든 니모(Brandon Nimmo)는 작은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3회에 ESPN 제작진과 생방송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https://x.com/i/status/1789806372877431079

 

 

 

​제작진은 니모 어머니의 사전 녹화 영상을 보여주며 그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각본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더 큰 계획을 갖고 있었나 봅니다. 팽팽하던 경기에서 메츠는 7회 니모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그럼에도 메츠는 브레이브스에 3:2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9회 말 주자 2루 상황에서 니모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2스트라이크 3볼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침내 니모가 2점짜리 역전 끝내기 홈런을 친 것입니다. 경기는 4:3 메츠의 승리.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끝내기 장면이었습니다. 

 

 

 

 

ⓒ 2024 Topps Now - Brandon Nimmo #184

 

 

이 역사적인 순간을 카드회사가 놓칠 리 없었겠죠? 니모의 끝내기 홈런 장면은 역시나 야구카드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야구카드에도 마더스 데이가 등장합니다. 기본 베이스 카드의 배수 버전인 패러랠(Parallel)*​ 카드의 테두리를 분홍색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 특정 배경색 혹은 효과를 입혀 기본 베이스 카드와 구분됨.

 

 

 

ⓒ 2024 Topps Mother's Day Hot Pink - Jung Hoo Lee #691(카드 읽어주는 남자)

 

 

 

 

ⓒ 2022 Topps Mother's Day PINK - Los Angeles Angels #159(카드 읽어주는 남자)

 

 

 

 

 

 


탑스 나우(Topps Now)** 시리즈에도 마더스 데이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7년(867장)과 2019년(330장)에 마더스 데이 기념 야구카드가 발매된 바 있습니다. 분홍색 유니폼과 장비를 착용한 선수들의 특별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컬렉터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 특별한 이벤트 혹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주문형 인쇄 방식으로 발매하는 시리즈

 

 

ⓒ 2019 Topps Now - Mother's Day #222
 
 

 

 

ⓒ 2017 Topps Now - MLB Celebrates Mother's Day #150

 

 

 

 

 

 

 

 

 

‘클레이튼 커쇼’에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

 

반면 누군가에게는 마더스 데이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LA 다저스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Clayton Kershaw)2023마더스 데이(514)를 하루 앞둔 513일 그의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 newsweek.com

 

 

 

1988년생인 커쇼는 텍사스 댈러스에서 태어났는데, 커쇼10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어머니 혼자 커쇼를 키웠습니다. 커쇼에게 어머니는 더 각별할 존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커쇼를 사립학교에 보내며 아들을 뒷바라지한 것입니다. 지금의 커쇼를 만든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날 커쇼는 커쇼 챌린지 필드(Kershaw’s Challenge Fields)’ 공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전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해당 행사에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커쇼 챌린지 필드5~12세 어린이와 다저스 드림팀의 10대 청소년에게, 그리고 야구와 소프트볼을 전공하는 지역 고등학교에 홈구장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참고로 커쇼 부부는 커쇼 챌린지라는 자선 단체를 만들어 세계 곳곳의 불우 아동을 돕고 있습니다.

 

 

 

 

 

 

ⓒ dmagazine.com

 

 

 

 

커쇼의 모친상으로 인해 그의 아내 엘런 커쇼(Ellen Kershaw)가 대신 행사장을 찾았고, 그날 그녀의 연설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클레이튼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요. 클레이튼도 이 자리에 참석하기를 바랐을 겁니다. 
클레이튼의 어머니, 마리안 톰보는 세상을 떠나 오늘 아침 주님께로 돌아갔습니다.
클레이튼은 야구공을 손에 들고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사랑으로 키워주셨습니다. 
아들을 야구장에 데려가기 위해 헌신했고, 
야구장 앞줄에 앉아 티 나지 않게 응원하며 스코어 북에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아들이 한 남자이자 자선가, 아버지, 야구선수로 성장한 것을 보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은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경기장을 그의 사랑하는 어머니께 바치고자 합니다.

 

 

 

 

 

 
ⓒ 클레이튼 커쇼가 고등학교 시절 신었던 클리츠(이랜드 뮤지엄)

 

 

 

이 사진은 2006년 커쇼가 고등학교 시절 착용했던 클리츠입니다. 아마 당시에도 그의 어머니 마리안 톰보는 맨 앞줄에서 커쇼를 응원하고 있었겠지요? 만약 아직 부모님과 함께 어버이날을 축하할 행운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꼭 껴안아 주시기 바랍니다. 더 늦기 전에.

 

 

 

 

 

 

 

이정후와 마더스 데이

 

지난해 마더스 데이(5월 12일)는 한국 팬들에겐 잊고 싶은 날일지도 모릅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선수가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 중 펜스와 충돌하며 큰 부상을 당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정후 선수는 이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홍색 언더셔츠를 입은 이정후 선수가 왼팔을 부여잡으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은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 The Mercury News

 

 


하필 KBO 리그 시절부터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자주 언급하던 효자(孝子) 이정후 선수가 마더스 데이에 부상을 입어 그 아쉬움은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어느새 부상을 훌훌 털고 자이언츠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한 이정후 선수가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조만간 우리는 이정후 선수의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은 두 번째 마더스 데이 경기를 보게 되겠지요? 이날 이정후 선수가 부모님을 떠올리며 진지한 자세로 게임에 임하듯, 우리도 이날만큼은 각자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해하는 날이 되길 바라봅니다.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님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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