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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 카드로 보는 MLB Story ④] ‘이치로’를 동경한 어린 소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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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YNA.co.kr

 

 

 

2009KBO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7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습니다. 20091024 열린 마지막 7차전 역시 9회 말까지 이어졌는데, 마침내 1아웃 2스트라이크 2볼 상황에서 나지완 선수가 채병용 선수의 6구째 몸쪽 높은 직구를 당겨쳐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KBO 역사상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이었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만끽했고, 팀의 맏형이었던 이종범 선수는 이용규 선수를 끌어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시 이날 경기를 중계한 MBC 한명재 캐스터의 한마디가 아직도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종범 선수의 눈물은 다른 어떤 선수의 눈물보다도 값질 것 같습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나지완도, 그리고 기아 선수들도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연례 행사처럼 한국시리즈 우승팀 선수들에게는 각종 인터뷰, TV 예능 프로그램 섭외 요청 등이 쇄도합니다. 비록 야구는 끝이 났지만, 좋아하는 선수들을 더 볼 수 있어 팬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곤 합니다.

 

 

 

 

 

 

 

 

“오랫동안 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2009 KBS2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시즌2에는 기아 타이거즈 선수단이 출연해 드림팀(연예인 팀)’과 ▲야구공 번호판 맞히기, ▲슬라이딩 런 앤 히트, ▲서바이벌 홈런볼 레이스 등 재밌는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도 이날만큼은 긴장을 풀고 시종일관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유쾌하게 녹화를 이어 갔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유독 당돌하고 진지한 표정의 한 소년의 모습이 전파를 탔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이창명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이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앞으로의 꿈은?”

 

 

 

그리고 이 학생은 8글자로 짧게 대답합니다.

 

 메이저리그 가는 것

 

 

© KBS2 《출발 드림팀 시즌2 : 기아 타이거즈 특집 2탄, 2009.12.13. 방영분》 (YouTube 영상 갈무리)

 

 

 

 

이 학생은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였습니다. 당시 이정후가 속한 광주 서석초등학교 야구단이 녹화장을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야구부 선수의 귀엽고 당찬 포부에 이창명은 하이파이브를 권했고, 이 모습을 본 이종범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20091213 《출발 드림팀 시즌2 : 기아 타이거즈 특집 2탄》이 방영된 날일이기도 하지만, 한 소년의 원대한 꿈이 세상에 알려진, 아니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이정후가 세상 앞에 메이저리거가 되겠다고 선언한 날이기도 합니다.

 

 

 

 

 

 

 

© Getty Images

 

 

 

그로부터 정확히 14이 지난 20231213. 그 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1,3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Celui qui regarde longtemps les songes devient semblable à mon ombre.

 

 

한편 이정후KBO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습니다. 통산 88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 OPS(출루율 + 장타율) 0.861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2017년 프로 데뷔 첫해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2021년엔 타율 0.360으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22년엔 타율(0.349)·타점(113안타(193출루율(0.421)·장타율(0.575) 부문을 석권하고 타격 5관왕에 올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이치로를 동경해온 이정후는 마침내 이치로를 닮아가고 있다” 

 

 

© 2023 Topps Now OFF-SEASON : JUNG HOO LEE #OS24


 

이정후는 20231215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입단식에서 등번호 51이 마킹된 유니폼과 모자를 받아들었습니다. 이정후 나를 영입해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가족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에 고맙다.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감사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뤄 기쁘다. 나는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 MLB.com

 

 

 

프로 데뷔 첫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등번호 41을 달고 뛰었던 이정후는 이듬해 51으로 변경했고, MLB 진출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 51을 달고 뛰고 있습니다. 이정후아버지(이종범)가 왼손 타자를 안 하면 야구를 안 시켜주겠다고 했다. 왼손 타자로 전향하며 처음 봤던 선수 영상이 이치로였다며 등번호 51을 택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marinersblog.mlblogs.com

 

이정후스즈키 이치로(Suzuki Ichiro, 1973.10.22.~)동경의 대상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치로2001 MLB 진출 첫해 안타 242개를 기록. 타율 0.350, 8홈런, 69타점, 56도루를 기록하면서 아메리칸리그 타격, 최다안타, 도루 부문 1위를 휩쓸며 MVP신인왕을 동시에 차지한 인물입니다.

 

2004엔 타율 0.372와 안타 262개를 기록하며 MLB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웠고, 2001~201010년 연속 200안타를 기록. 2001, 2004, 2006, 2007, 2008, 2009, 2010 아메리칸리그 최다안타 1위를 기록하는 한편, 20012004에는 타격왕까지 차지했습니다. 2019 45세의 나이에 선수 커리어를 마감한 이치로MLB 통산 ▲2,653경기, 3,089안타, ▲타율 0.311,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를 기록했으며, 올해 121 99.7%의 득표율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습니다.

 

 

 

 

 

 

 

© MLB.com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밥 멜빈(Bob Melvin, 1960.10.28.~) 감독은 지난해 311 이정후이치로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멜빈 감독 이치로가 이정후와 대화하면서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정후가 자신이 생각한 질문이 있었는데 잊어버렸다고 하더라. 그는 대신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와 등번호 51번을 달고 있는 자부심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이정후도 (이치로의 조언을) 잘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치로 바라기 이정후 2019년 이치로 은퇴 당시 개인 SNS아듀, 51”이라는 게시물로 존경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 2024 Topps Stadium Club Chrome : ICHIRO(#244) / JUNG HOO LEE(#274)

 

 

 

야구선수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야구카드가 발행된다는 건 새롭고 신선한 경험일 것입니다. 자신이 등장한 카드만 수집하는 선수들도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선수와 같은 시리즈의 야구카드가 발행됐다면 그 경험은 더욱 특별할 것입니다. 이정후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MLB에 가겠다고 당차게 자신의 꿈을 말하던 소년 이정후는 어느새 자신의 우상이자 롤모델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치로이정후를 동일한 디자인의 야구카드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컬렉터들에겐 큰 기쁨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치로를 동경해온 이정후는 마침내 이치로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정후의 사인(sign)’에 담긴 진심

 

이정후는 국내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 자신의 이름 뒤에 ‘51’이라는 숫자를 덧붙이곤 했습니다지난해 MLB에 진출한 이후에는 한글 이름 이정후 대신 영문 성 ‘Lee’를 사용했습니다.

 

야구카드 회사와 맺어진 계약에 따라 자신의 야구카드에 수백·수천 장씩 대량으로 사인해야 할 때도 있고, 사인을 받는 팬들이 한국인보다 미국인이 더 많아졌다는 점,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간편한 ‘Lee’로 대체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최근 인터뷰에서 루키(신인) 시즌에만 영문 사인을 하고 싶었다, 올해부터 다시 한글 사인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 2024 Topps Chrome Update S/E Autograph-Green(/99) / JUNG HOO LEE(#JLE)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는 사인에 항상 ‘51’이라는 숫자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야구선수에게 있어서 사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선수와 팬 간의 특별한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일종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후의 사인에 포함된 ‘51’이라는 숫자는 나의 우상인 이치로를 잊지 않겠다”, “51번 이치로를 넘어서겠다 등의 의미가 내포된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51’에 담긴 의미를 상상하고 그의 진심의 깊이를 가늠해보는 일은 팬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일 것입니다.

 

 

 

 

 

 

© MLB.com

 

 

한편 최근 사인과 관련한 이정후의 미담이 알려져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서울 어느 횟집에 걸린 이정후의 기념사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정후가 친구들과 횟집에 갔고, 횟집 사장이 이정후에게 사인을 요청했는데, 이따 해주겠다며 자리를 떴다는 것. 그렇게 그냥 돌아간 줄 알았던 이정후가 약 40분 후 돌아와 사인을 해준 것입니다. 이정후 친구들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돌아왔다, 야구를 하다 그만둔 친구들이어서 그 친구들 앞에서 사인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친구들을 대하는 그의 진심배려심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스즈키 이치로2001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착용한 등번호 51의 이 유니폼. 이정후는 영상 속 이 유니폼을 입은 이치로의 타격 자세를 수백·수천 번 돌려보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을 것입니다. 이정후 ‘51번 이치로를 동경한 것처럼, 지금도 누군가는 ‘51번 이정후를 존경하고, 또 동경하고 있겠지요?

 

 

 

© motorcyclesports.net

 

 

 

과거 일본 야구팬들은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한 이종범 한국의 이치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식어는 그의 아들 이정후에게 그대로 옮겨 갔습니다. 일본 최고의 타자로 불리는 스즈키 이치로를 동경했던 소년, 한국의 이치로라는 수식어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평정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꿈에 그리던 우상과의 만남, 그리고 그의 진심 어린 조언들. 이치로의 상징과 같은 등번호 51을 달고 뛰는 이정후2001년의 이치로처럼 올해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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