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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 카드로 보는 MLB Story ⑤] ‘마릴린 먼로’와 ‘조 디마지오’의 슬픈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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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릴린 먼로’와 ‘조 디마지오’의 슬픈 사랑 이야기

그림그리움의 다른 말

 

 

 

1941가장 위대한 미국인을 뽑는 여론 조사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조지 워싱턴을 누른 인물이 나왔습니다. 바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Joe DiMaggio)였습니. 이 수식어는 조 디마지오가 데뷔한 1936년에도, 그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곁으로 떠난 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어부의 아들, 그물대신 야구방망이를 잡다

조 디마지오는 19141125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이민자 부부 사이에서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부인 그의 아버지는 다섯 아들 모두 어부가 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조 디마지오를 포함해 2살 위 형 빈스 디마지오(Vince DiMaggio) 3살 아래 동생 돔 디마지오(Dom DiMaggio)는 그물 대신 야구방망이를 택했습니다.

 

 

Ⓒ oddsportsstories.com

 

빈스 디마지오의 도움으로 샌프란시스코 실즈(San Francisco Seals)에 입단한 조 디마지오1933528일부터 725일까지 61게임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 많은 빅리그 팀의 스카우트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상한가를 치던 조 디마지오의 인기는 택시에서 내리던 중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황당한 부상으로 인해 한풀 꺾이고 말았습니다.

 

군침을 흘리던 많은 빅리그 팀들은 조 디마지오의 부상 소식을 듣고 그를 외면하기 바빴지만, 뉴욕 양키즈만큼은 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32년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던 뉴욕 양키즈조 디마지오의 가세로 1936년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그가 팀을 이끈 13년간 무려 9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20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 헤밍웨이도 반했다

조 디마지오는 군에서 복무한 3(1943~1945)을 제외하고, 1936년부터 1951년까지 뉴욕 양키즈에서 뛴 13년 동안 13번 모두 올스타에 뽑혔습니다. 현역 시절 내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는 조 디마지오가 유일합니다.

 

Ⓒ berlingske.dk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노랫말에서도 조 디마지오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화 《졸업의 주제가로도 쓰인 ‘Mrs. Robinson’이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Where have you gone, Joe DiMaggio? A nation turns its lonely eyes to you.”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역시 조 디마지오를 자신의 소설인 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에 등장시킴으로써 존경을 표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노인 산티아고(Santiago)’는 고통스러운 순간에 조 디마지오의 부상 장면을 떠올리며 참아내고, 어부로서 부끄럽고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마침내 거대한 청새치를 잡아냅니다. 1952년 발표한 이 소설은 헤밍웨이에게 노벨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민음사(2012)

 

 

 

 

 

 

 

 

 

범인에게

조 디마지오커리어 하이라이트(Career Highlight)는 단연, 메이저리그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입니다. 조 디마지오1941515일부터 716일까지 매 경기 안타를 쳐냈습니다. 그 전 연속 안타 기록은 1897윌리 킬러(Willie Keeler)가 세운 44경기였습니다.

 

 

 “Did Joe DiMaggio Get a Hit?”

 

 

이 시기 조 디마지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일화가 있는데, 당시 미국인들 사이에선 안녕하세요 대신 오늘도 디마지오가 안타를 쳤나요?”라는 질문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 berlingske.dk

 

 

연속 안타 기록이 끊긴 717, 조 디마지오3타수 무안타에 볼넷 한 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습니다.

 

사실 대기록에 마침표를 찍은 그날 경기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내야진의 3번에 걸친 호수비가 숨어있었습니다. 당시 인디언스의 3루수였던 켄 켈트너(Ken Keltner)1회와 7회 두 번이나 조 디마지오의 안타성 타구를 막아냈습니다. 8회 초 만루 상황에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번엔 유격수 루 부드로(Lou Boudreau)조 디마지오의 타구를 처리했습니다.

 

그날 켄 켈트너조 디마지오의 안타를 막기 위해 거의 좌익수 앞까지 가서 수비했습니다. 조 디마지오는 충분히 번트를 대서 쉽게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그는 연속 안타 기간 단 한 번도 기습번트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 berlingske.dk

 

 

조 디마지오는 그날 밤 안도슬픔이라는 두 가지 감정과 싸워야 했습니다. 조 디마지오는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부담이 많았는데 끝나서 홀가분하다고 말했지만, 훗날 그날 기록이 중단됐을 때 최고의 친구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켄 켈트너는 그날 두 차례 호수비로 수많은 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은퇴한 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조 디마지오는 야구공에 자신의 사인과 함께 범인에게(To the culprit)”라는 애교스러운 문구를 적어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제 마릴린을 볼 수 있겠군

조 디마지오는 은퇴 후 어느 시범경기에 초대 손님으로 참석했다가 시구하는 금발의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가 바로 마릴린 먼로입니다. 두 사람은 1954114일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교회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결혼 274일 만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것입니다.

 

 

Ⓒ CNN.com

 

이혼의 발단은 영화 7년만의 외출 : The Seven Year Itch》에 출연한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송풍구에서 나오는 바람에 치마를 붙잡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마릴린 먼로의 내조를 기대했던 조 디마지오는 화려한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그녀와 자주 다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후 마릴린 먼로는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와 재혼했으나 또다시 이혼했고, 케네디 대통령 형제와도 염문을 뿌렸습니다.

 

 

Ⓒ history.com

 

 

마릴린 먼로를 잊지 못한 조 디마지오는 항상 그녀를 걱정하며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마릴린 먼로 역시 조 디마지오를 그리워했습니다. 서로를 잊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재결합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196285마릴린 먼로는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맙니다. 조 디마지오는 고아였던 마릴린 먼로의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렀고, 20년간 매주 3번 장미꽃 6송이를 그녀의 묘지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매년 그녀의 묘지를 찾았습니다.

 

 

 

 

 

 

 

Ⓒ history.com

 

뒤늦게 공개된 마릴린 먼로의 일기에는 조 디마지오를 보는 순간 내 가슴이 뛰었어요.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조 디마지오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난 후 평생 독신으로 지냈으며, 1999388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조 디마지오는 이제 마릴린을 볼 수 있겠군(I’ll finally get to see Marilyn)”이라는 마지막 말로 다시 한번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나를 처음 보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어서

조 디마지오마릴린 먼로를 사랑했던 만큼 아이들도 사랑했었습니다. 은퇴 후엔 집이 있는 플로리다州 할리우드에 조 디마지오 어린이 병원(Joe DiMaggio Children's Hospital)’을 설립하고, 결손가정 어린이들을 돌보는 등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 sfgate.com

 

 

조 디마지오는 아무리 점수 차가 많이 나더라도 경기 중엔 결코 여유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뛰느냐는 신문 기자의 말에 조 디마지오는 항상 저를 처음 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There is always some kid who may be seeing me for the first time. I owe him my best.”

 

 

 

ⓒ 2004 Upper Deck Famous Quotes #Q-11 Joe Dimaggio(카드 읽어주는 남자)

 

 

 

 

 

 

 

 

그림그리움의 다른 말

그림 같던 커플의 그림 같은 사랑은 미처 색을 다 칠하지 못한 미완의 걸작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인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 wildsides.wordpress.com

어떤 그리움은 그림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그림은 그리움을 낳기도 합니다. 그리움은 현재에 없는 것을 떠올리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지난 과거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 같은 것들. 그리운 것그리는 것은 그 대상이 눈앞에 부재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은 그 부재하는 것을 현존하게 하는 힘입니다.

 

어원적으로 보더라도 , 그림, 그리움은 모두 긁다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글씨를 긁으면 글이 되고, 모양을 긁으면 그림이 되고, 또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나 모습을 긁으면 그리움이 된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긁는 행위와 유사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결국 그리움이라는 말은 종이가 아니라 마음속에 쓴 글이자 그림인 셈입니다.

 

 

Ⓒ harpersbazaar.com

 

 

이랜드 뮤지엄1954년경 조 디마지오마릴린 먼로에게 선물한 휴대용 재떨이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흡연을 즐겨하던 마릴린 먼로를 위해 담배를 피우면서도 자신을 생각해 달라는 의미에서 선물한 것일 테지요.

 

재떨이 뒷면에는 “Marilyn, The love of my life, Love, Jo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샘을 더 자극합니다.

 

 

 

 

 

 

아직도 팬들은 그라운드의 신사라 불리던 조 디마지오를 그리워하며 저마다 마음의 붓으로 그의 초상화 한 장씩을 그리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조 디마지오마릴린 먼로를 떠올리며 휴대용 재떨이 새겨넣은 사랑 고백 문구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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