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 연재] 민훈기의 필드노트 : 연속 무볼넷 기록 세운 서재응 EP.07

조회 452

연재

 

1999년쯤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조선 특파원으로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 취재 때였습니다.
당시 봄이면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박찬호 선수 취재를 위해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숙소를 구하고 한 달 넘게 장기 출장을 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뉴욕 메츠의 마이너에서 서재응 투수 취재를 갔습니다.
다저스 캠프 베로비치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조금 안 걸리는 곳에 포트 세인트 루시라는 소도시에 메츠의 캠프장이 있습니다.
아침 일찍 차를 몰고 메츠 캠프에 거의 도착하면서, 그 시간에 홍보팀이 출근을 안 했으면 어떻게 서재응을 찾을까 생각하는데 멀리서 달리기를 하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저 선수에게 물어보면 되겠다 싶었는데, 점점 가까이 가자 동양인, 그리고 더 가까워지자 바로 서재응 선수가 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서재응 선수를 만났습니다.
이른 아침에 취재를 하러 간 기자와 이른 아침에 홀로 뛰던 선수 ^^

 ©️본인 촬영 (메츠 시절 서재응과 플로리다에서)

하우 감독은 고전했던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를 얘기했습니다.
4이닝 동안 홈런 포함 8안타를 맞고 5실점, 4자책점으로 가장 힘든 경기였는데 하우 감독은 “초반에 고전했고 실책도 겹치면서 많은 점수를 내줬다, 그런데 ‘제이(재응 발음은 미국인들에겐 너무 어려워 모두 제이라고 불렀습니다)’가 신인임에도 버티면서 이닝을 끌어가는 것을 보고 기회를 주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서재응이 박찬호에게 홈런을 맞은 적이 있는데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AI에게 물어봤습니다.
‘서재응이 메츠 시절 시범경기에서 박찬호에게 홈런을 맞은 경기는 2003년 3월 17일, 플로리다 포트 세인트 루시에서 열린 뉴욕 메츠 vs 텍사스 레인저스의 스프링캠프 경기입니다.’라고 나오네요.
저는 박찬호 다저스 시절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저게 맞는다면 바로 당시 스프링캠프에서 나온 일입니다. 저도 현장에서 취재했는데 20년도 지난 일이라 기억이 명확지 않은데, 8타자 연속 범타로 잡다가 박찬호에게 홈런을 맞은 순간의 기억은 선명하게 납니다. 장외홈런이었습니다.

그리고 5선발로 2003시즌을 출발한 서재응은 대단한 기세를 올렸습니다.
시즌 3번째 경기인 피츠버그 원정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로 빅리그 첫 승을 거두는 등 빼어난 제구력과 마구 같은 체인지업을 앞세워 호투를 이어갔습니다. 
총 32경기에 선발로 ERA 3.82에 9승 12패를 거뒀습니다. 지독히도 타선이 도와주지 못해 10승을 못 넘겼지만, 현지에서도 인정을 받은 대단한 시즌이었습니다. 19경기를 2실점 이하로 막았으니 승운만 따르고 타선이 강했으면 훨씬 승수가 많았을 겁니다.
USA 투데이는 서재응을 신인왕 4위에 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즌에 서재응은 대단한 기록도 세웠습니다.

데뷔 후 102타자 연속 무볼넷이라는 빅리그 최고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이 부문 최고 기록은 바톨로 콜론 투수가 2015년 뉴욕 메츠 시절 세운 201타자 연속 무볼넷입니다. 이 기록를 집계한 것이 오래되지는 않아서 1962년에 빌 피셔 투수가 84이닝 연속 무볼넷 기록도 있었다는데, 몇 타자였는지는 집계가 안 된다고 합니다. (대략 300타자 이상)


그러나 MLB 데뷔 후 연속 무볼넷 기록은 여전히 서재응의 102타자입니다

©️본인 촬영 

2003시즌에는 박찬호가 부상으로 거의 던지지 못해서 저는 텍사스에 거주하면서도 서재응 취재를 자주 갔습니다.
서재응은 당시 최강이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를 연파하는가 하면, 구원 투수와 합작해 플로리다 말린스 타선을 27타자 만에 1안타 완봉하는 등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당시 마이애미에서 열린 이 경기 취재도 했는데, 경기 후에 지역 TV 방송 요청으로 서재응에 관련해 제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번은 뉴욕 셰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브레이브스전에서 서재응이 승리한 후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 매덕스와 인터뷰 했습니다.

당시 매덕스에게 ‘평소 서재응이 당신을 모델로 삼아 많이 배우려고 한다.’라고 했더니 매덕스는 ‘제이는 제구력이나 투지, 마운드에서의 배짱과 타자를 상대하는 능력 등 이미 모든 것을 지닌 투수라고 생각한다.’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빅리그 첫 시즌을 보낸 서재응은 그러나 다음 시즌 좀 어이없는 이유로 출전 기회도 줄고 오히려 실력이 무뎌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4년 메츠는 릭 피터슨 투수코치를 영입했습니다. 오클랜드 머니볼 시절 코치로 명성을 얻었는데, 빅리그 경력이 거의 없었지만 이론에 아주 밝은 코치로 알려졌습니다. 저도 2004년 메츠 캠프 때 만났었는데 달변에 자기주장이 아주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피터슨 코치는 서재응의 매커니즘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팔각도, 릴리스 타점 등의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신인왕 후보로 꼽히던, 정교함이 중요한 투수에게 무리한 요구였고, 서재응은 몹시 힘들어했습니다. 결국 성적도 떨어지고 기회는 점점 줄고 그러다가 2006년 1월 다저스로 트레이드됐습니다. 
2006년 WBC에서의 맹활약 등을 보면 그의 실력은 여전했지만, 다저스에서 안착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탬파베이를 거쳐 2008년 KIA 타이거즈와 계약하고 KBO리그에서 8년간 뛰며 2009년 KIA 우승 멤버가 되기도 했습니다.


은퇴 후 코치와 해설을 하다가 현재는 NC 다이노스의 수석코치로 있는 서재응과는 지금도 만나면 친동생 같은 친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랜드 뮤지엄에 서재응이 2004시즌에 사용한 글러브가 소장돼 있어 반가워서 필드 노트로 서재응 메츠 선수 시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게시판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