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 연재 : 카드로 보는 MLB Story ③] ‘칼 립켄 주니어’가 ‘철인’이라 불리는 8가지 이유

조회 860

연재

© Memorial Stadium(MLB.com)

 
 
:: Interviewer : 카드 읽어주는 남자
:: Interviewee : “Guess who it is.”

 

 

 

 

그 친구를 처음 본 건 1981 여름이었어요. 볼티모어에 있는 메모리얼 스타디움(Memorial Stadium)에서 처음 만났는데, 우리의 인연은 2001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Oriole Park at Camden Yards)까지 계속됐죠. 그러고 보니 벌써 45년이나 흘렀군요.

 

첫인상은 뭐랄까, 큰 눈에 흰 피부. 새하얀 유니폼에 꾀꼬리 모자를 쓴 모습이 제법 귀여워 보였어요. 190cm 정도? 키가 참 컸는데 생각보다 민첩하더군요. 제 주변엔 늘 작은 친구들만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분명 루키(Rookie)였음에도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진지했습니다. 그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린 오랜 친구가 되겠구나...”끝을 알면서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인연도 있나 봅니다.

 

그는 늘 제 오른편에 서 있었어요. 투수가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지기 전 항상 진지한 눈빛으로 제 위치를 확인하곤 했죠. 그건 일종의 안부 인사 같았어요. 저는 그 눈빛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의 걸음걸이, 발동작, 작은 습관 하나까지 생생히 기억합니다. 기마자세로 글러브를 밑으로 늘어뜨리고 있다가 언제든 맹수처럼 공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하곤 했죠.

 

 

 

 

 

© achievement.org

 

 

 

 

간혹 날카로운 클리츠로 저를 직접 밟고 공을 던지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솔직히 따끔해서 눈을 질끈 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병살타를 만들어낸 후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잠시나마 아픈 것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91 1992은 우리에게 최고의 해로 기억합니다. 이 친구가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 상을 2년 연속 수상했거든요. 그 상에 저도 한몫한 거 같아 아직도 뿌듯합니다.

 

 

 

 

 

 

 

 

아 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제 이름은 ‘Baltimore’s Second Base’입니다. 그냥 ‘2루 베이스라고 불러주세요. 지금은 거너 헨더슨(Gunnar Henderson)이라는 친구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 Gunnar Henderson(FOX Sports)

 

 

 

2001생이라는데, 우연찮게도 그 친구가 은퇴한 해에 태어났더군요. 그런데 그 친구는 은퇴식에서 은퇴가 아니라 단지 직업을 바꾸는 것뿐이라고 너스레를 떨더군요. 정말 그 다운 발언입니다. 그러고 보니 볼티모어에서 신인왕을 수상했다는 점도 공통분모네요. 여러모로 그 친구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 Sports Illustrated

 

 

이쯤에서 제 친구의 이름을 고백해야겠네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제 친구의 이름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유격수로 등번호 8번을 달고 뛰었던 칼 립켄 주니어(Calvin Edwin Ripken, Jr., 1960.8.24.~)’입니다.

 

21시즌 동안 총 3,001경기를 뛰었고, 1982년 신인왕, 2번의 MVP와 골드글러브 수상, 1983년 월드시리즈 우승, 19년 연속 올스타 선발, ▲실버슬러거 8,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 2007년 명예의 전당 헌액, ▲볼티모어 오리올스 영구결번(8) 등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과 받을 수 있는 상은 거의 다 휩쓴 친구입니다. 새삼 제가 그의 친구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지네요.

 

친구 자랑을 좀 더 해야겠습니다. 칼 립켄 주니어의 별명은 철인(鐵人, The Iron Man)’인데, ‘2,632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붙은 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강인한 체력 하나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을까요? 제 친구 칼 립켄 주니어철인이라 불리는 8가지 진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① 鐵人 : () 사람()

 

칼 립켄 주니어1981년부터 2001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만 21시즌을, 그것도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 한 팀에서만 뛰었는데, 1982531일부터 1998920일까지 무려 17년간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출장함으로써 ‘2,632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체력 소모가 많은 유격수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어떠한 편법도 없이 그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 Sports Illustrated

 

 

실제로 이전까지 ‘2,130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갖고 있던 뉴욕 양키스의 철마(The Iron Horse)’ 루 게릭(Lou Gehrig, 1903~1941)1번 타자로 한 타석만 소화한 후 교체하는 방식으로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강인한 체력, ▲성실하고 꾸준한 플레이, ▲팀에 대한 충성심 등 그의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에 나이키, 쉐보레, 코카콜라 등 수많은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무쇠 같았던 제 친구는 진정 철인(鐵人)이 맞습니다.

 

 

 

 

 

 

② 撤人 : 거둘() 사람()

 

대한민국에 이런 멋진 시가 있더군요. 故 이형기 시인<낙화>라는 시인데,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칼 립켄 주니어가 떠오르는 건 저뿐일까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하략>”

 

 

칼 립켄 주니어‘2,632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중단된 게 아닙니다. 더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멈춤 버튼을 누른 것입니다. 그해 시즌 종료까지는 일주일 정도 남은 상태였고, 딱히 큰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 New York Post(Sept 21, 1998)

 

 

 

칼 립켄 주니어는 당시 레이 밀러(Ray Miller) 감독과 코치진이 라인업을 구상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기록이 더 이상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에게 더 이상 기록을 위한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I think the time is right.”

 

그렇게 칼 립켄 주니어지금이 적당한 때인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연속 출장 기록을 스스로 거두어들였습니다. 항상 자신보다 팀을 더 우선시했던, 박수칠 때 떠날 줄 알았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았던 아름다웠던 제 친구는 진정 철인(撤人)이 맞습니다.

 

 

 

 

 

 

③ 掣人 : () 사람()

 

그가 강인한 체력을 갖기로 다짐한 데 큰 계기가 되어준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칼 립켄 주니어1981년 마이너리그(AAA) 시절 로체스터 레드윙스(Rochester Red Wings) 소속으로 포터킷 레드삭스(Pawtucket Red Sox)와 인터내셔널리그 경기를 치렀는데, 두 팀은 무려 연장 32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습니다.

 

해당 경기는 1981418() 오후 825에 시작했는데, 경기가 끝난, 아니 중단된 시간은 다음날 새벽 47이었습니다. 결국 약 2달 후인 62333번째 이닝을 이어갔고, 다소 싱겁게(?) 한 이닝 만(18분 소요)레드삭스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이날 경기는 여전히 미국 역사상 가장 긴 프로야구 경기로 남아 있습니다.

 

 

© 美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긴 경기에 사용된 라인업 카드(baseballhall.org)

 

 

 

칼 립켄 주니어는 이날 경기를 통해 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고, 선수 생활 내내 꾸준히 체력훈련을 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날 경기의 라인업 카드는 명예의 전당에 기증됐는데, 상대팀 라인업에는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sox)의 전설적인 타자 웨이드 보그스(Wade Boggs)의 이름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날 경기는 미래의 명예의 전당 멤버 2명이 뛴 여러모로 역사적인 경기였던 셈입니다. ‘33이닝이라는 긴 이닝을 버티며 끌어온,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교훈 삼아 그날부터 자신의 체력을 끌어올려 결국 세상을 놀라게 한 제 친구는 진정 철인(掣人)이 맞습니다.

 

 

 

 

 

④ 轍人 : 바큇자국() 사람()

 

199596칼 립켄 주니어루 게릭의 연속 출장 기록(2,130경기)을 넘어선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팬들은 20분 넘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 Baltimore Sun 

 

 

칼 립켄 주니어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경기장을 돌며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습니다. 환호하는 팬들 사이로 노신사의 한 푯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 야구를 구해줘서 고마워

 

 

 

“CAL, THANKS FOR SAVING BASEBALL.”

 

 

 

그날 경기장에 새겨진 바큇자국처럼 그의 업적과 야구에 대한 헌신은 팬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야구를 구해준, 우리를 구원해준, 자신의 긴 출장 기록처럼 팬들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을 선명하고 긴 바큇자국(흔적)을 남겨준 제 친구는 진정 철인(轍人)이 맞습니다.

 

 

 

 

 

 

 

 

한편 이러한 흔적은 스포츠카드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1995~1996년) 칼 립켄 주니어의 ‘2,131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기념하는 카드만 20여 종이 발행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이러한 스포츠카드는 일종의 기념품 정도로만 여겨져왔으나, 최근 들어 특정 순간을 간직하고픈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투자가치를 지닌 소장품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아카이브형 매체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⑤ 哲人 : 밝을() 사람()

 

칼 립켄 주니어는 경기 중엔 늘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웃을 때는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다정한 성격과 철저한 자기관리, 성실한 플레이 덕분에 칼 립켄 주니어는 여전히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야구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Sports Illustrated

 

 

 

 

또한 칼 립켄 주니어는 팬 사인회 대기줄이 얼마나 길던 끝까지 사인해주던 선수였고, 사진 촬영, 악수 등 팬들의 요구에 언제나 밝은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칼 립켄 주니어는 경기장 안팎에서 완벽한 선수였습니다. 단순히 잘생긴 백인이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던 게 절대 아닙니다.

 

 © Sports Illustrated

 

 

특히 1992년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사회 봉사활동, 스포츠맨십 등 도덕적인 부문에서 모범적인 활동을 한 선수에게만 수여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두운 밤 작은 촛불 하나가 세상을 밝히듯 수많은 선행으로 세상을 밝게 빛내준 제 친구는 진정 철인(哲人)이 맞습니다.

 

 

 

 

 

 

⑥ 悊人 : 공경할() 사람()

 

칼 립켄 주니어라는 멋진 피사체가 탄생한 배경에는 부모님의 헌신이 숨어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기꺼이 아들의 배경이 되는 기쁨을 택했습니다. 칼 립켄 주니어의 가족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인연이 깊은데, 3부자 모두 같은 팀에서 활약했습니다. 아버지인 칼 립켄 시니어36년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고, 동생 빌 립켄 주니어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었습니다.

 

 © MLB.com

 

 

 

소프트볼 선수 출신이었던 그의 어머니는 바쁜 남편 대신 아들이 야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칼 립켄 주니어어머니는 밤에 자고 있는 내 손에 야구공을 쥐어주고, 야구 관련 기사와 잡지도 스크랩해주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타격 장면을 녹화해 경기 후 코치 못지않은 기술적인 충고를 해줄 만큼 야구 지식이 깊은 분이었다, 어머니의 헌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사진 속에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있네

 

내 젊음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아가씨에

꽃 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 김진호 《가족사진》 中

 

 

칼 립켄 주니어는 부와 명예가 보장돼 있었음에도 늘 자신의 우선순위 가족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루 게릭의 대기록을 넘어서던 날에도, 칼 립켄 주니어는 여느 때처럼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경기 전 구단 측에 두 자녀인 라이언(Ryan)레이첼(Rachel)이 시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 Sports Illustrated

 

 

경기가 끝난 후 칼 립켄 주니어는 자녀들에게 유니폼을 선물하면서, (자녀들이 디자인한) 아빠를 위한 2,130+ 포옹과 키스(2,130+ Hugs and Kisses for Daddy)’라고 적힌 특별한 티셔츠를 역사적인 순간에도 여전히 입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칼 립켄 주니어는 수많은 인파와 플래시 세례 앞에서도 자신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자신이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지를 대중 앞에 침묵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님과 자신의 가족을 공경할 줄 알고, 팬을 공경할 줄 알고, 야구를 공경할 줄 알았던 제 친구는 진정 철인(悊人)이 맞습니다.

 

 

 

 

 

 

⑦ 詧人 : 옳은 말() 사람()

 

공인(Public Figure)이란, 재능·명성·직업 등 일반인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공적 인사가 된 사람을 말합니다. 흔히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야구선수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 야구선수는 그들의 롤모델임과 동시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아이의 전부이듯 때론 야구선수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방의 귀재입니다. 보고 배운 대로,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인으로서의 유명세는 누리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회피하려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 Sports Illustrated

 

 

 

 

이에 대해 칼 립켄 주니어는 이렇게 회고한 바 있습니다. 좋든 싫든, 제 행동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소년이었을 때 다른 선수들을 존경했던 것처럼 어떤 아이들은 저를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칼 립켄 주니어는 신인 시절 이러한 사실을 몸으로 체득했습니다. 경기 초반, 그것도 1이닝 만에 심판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적이 있는데, 경기가 끝난 후 어린 팬과 그의 아버지가 칼 립켄 주니어의 경기를 보기 위해 버지니아에서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년이 나머지 8이닝 동안 울었다는 사실도 듣게 되었습니다.

 

 

 © Sports Illustrated

 

 

이 이야기는 메이저리거로서 칼 립켄 주니어의 가치관과 태도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상황에 관계 없이 분노를 조절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배운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인으로서 야구선수라는 직업의 무게감을 느끼면서도 소신 있게, 강단 있게, 옳은 말을 할 줄 알았던 제 친구는 진정 철인(詧人)이 맞습니다.

 

 

 

 

 

 

⑧ 屮人 : 싹 날() 사람()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엄청난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만족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런 기분을 어린 꿈나무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칼 립켄 주니어는 유독 아이들을 사랑했습니다.

 

 

칼 립켄 주니어는 은퇴 후 거액이 보장된 감독직을 마다하고 고향에서 유소년 야구팀을 지도했습니다. 또한 매년 수천 명의 젊은 야구선수들을 수용할 수 있는 유소년 야구 및 소프트볼 단지를 운영하는 립켄 베이스볼(Ripken Baseball)’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립켄 베이스볼은 그의 아버지 칼 립켄 시니어와 동생 빌 립켄 주니어의 주도로 1990년대 초반 설립돼 유소년 야구에 관한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은퇴 이후 칼 립켄 주니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칼 립켄 주니어의 대표적인 자선활동으로는 그의 동생 빌 립켄 주니어와 함께 설립한 칼 립켄 시니어 파운데이션(CAL RIPKEN, SR. Foundation)’이 있는데, 이는 소외된 지역의 어린이들이 야구 캠프에서 야구를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것입니다.

 

참고로 이들 유소년팀의 가입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재미있는 사실은 팀에 가입하려는 학생들은 칼 립켄 주니어를 거의 모르지만, 그의 부모들이 열성적으로 자녀들의 가입 신청서를 내면서 가입이 폭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인가 봅니다. 2, 3의 칼 립켄 주니어 새싹을 기대하며, 오늘도 자신의 야구장에 씨앗을 뿌리고 있을 제 친구는 진정 철인(屮人)이 맞습니다.

 

 

 

 

 

“You could be a kid for as long as you want when you play baseball.”

- Cal Ripken Jr.

“야구를 하는 동안은 얼마든지 아이가 될 수 있다.”                                             - 칼 립켄 주니어

 

 

 

 

 

 

지금까지 철인이라는 단단한 이미지 뒤에 숨어 있던,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야구선수가 아닌 인간 칼 립켄 주니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다른 어떤 근사한 별명보다 철인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 않나요? 여러분은 그의 몇 번째 별명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건 제 친구 칼 립켄 주니어는 여러 의미로 철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그의 플레이를 목격한, 여전히 그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선택받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분명 행운아입니다. 그를 몰랐더라도 이제 알게 되었을 테니까요. 야구가 없는 월요일. 유독 제 친구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이 게시판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