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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Off-Co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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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8 15:16:53

올림픽 성화 봉송에는 수천 명이 참여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마지막으로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사람,


이른바 마지막 성화 봉송자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선택됩니다.

단순히 유명해서는 안 됩니다.

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 Getty Images

그 올림픽이 어떤 대회인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한 장면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역대 사례를 보면 기준이 꽤 분명합니다.

  • 개최국을 상징하는 인물인가

  • 한 종목을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인가

  • 이번 올림픽의 메시지를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

 

정리하면,
마지막 성화 봉송자는 그 대회의 요약본입니다.

이 기준으로 2010년 이후 동계올림픽을 다시 보면,
선택이 꽤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밴쿠버 2010

완벽하지 않았던 개막식을 정리한 인물

2010년 밴쿠버 개막식은 시작부터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실내 성화대 장치 일부가 끝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캐나다 스포츠의 상징,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입니다.

그레츠키는 아이스하키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불립니다.
NHL 최다 득점, 최다 어시스트, 최다 포인트 기록을 모두 보유한
말 그대로 ‘기준점 같은 존재’입니다.

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그가 실외 성화대에 불을 붙이면서
이 개막식의 분위기는 완전히 정리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
결국 중요한 건 마무리라는 메시지였죠.

그래서 밴쿠버 2010은 지금까지도
가장 인간적인 성화 점화로 기억됩니다.

 

소치 2014

러시아 스포츠를 한 장면에 올려놓은 선택

소치 2014의 마지막 성화 점화는
처음부터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 장면은 철저하게 국가 서사였습니다.

 

성화대에 오른 인물은 두 명,
이리나 로드니나(Irina Rodnina)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야크(Vladislav Tretiak)입니다.

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Washington Post

 

로드니나는 동계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기록한
피겨 페어의 전설입니다.
러시아 스포츠의 기술과 완성도를 상징하는 인물이죠.

 

트레티야크는 아이스하키 골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소련 대표팀 황금기를 지켜낸,
투지와 수비의 상징 같은 존재입니다.

 

러시아는 이 두 사람을 통해 분명히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가 강했던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소치 2014는
가장 국가색이 분명했던 성화 점화로 남았습니다.


평창 2018

이름이 불리는 순간, 설명이 끝났습니다

평창 2018의 마지막 성화 봉송자는
사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모든 설명이 끝났습니다.

김연아(Kim Yuna)입니다.

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Time Magazine
 

올림픽,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제패한
피겨 스케이팅의 완성형 선수입니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이보다 더 상징적인 이름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꽃이 피어나는 형태의 성화대와
김연아가 불을 붙이는 장면은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래서 평창 2018은 지금도
가장 교과서적인 개최국의 마지막 성화 점화로 이야기됩니다.


베이징 2022

불꽃은 작았고, 메시지는 컸습니다

베이징 2022는 성화부터 기존과 달랐습니다.
역대 가장 작은 성화대, 거의 보이지 않는 불꽃이었죠.

마지막 성화 봉송자 역시 스타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The Orange County Register

자오자원(Zhao Jiawen)
딜니가르 일함잔(Dilnigar Ilhamjan),
두 명의 젊은 선수였습니다.

 

자오자원은 중국 노르딕 스키의 미래를,
딜니가르 일함잔은 소수민족 출신 여성 선수로서
포용과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조합이 전한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이번 올림픽은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는 무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베이징 2022는
성화의 의미를 가장 과감하게 다시 정의한 점화로 남았습니다.


밀라노–코르티나 2026

두 도시, 세 개의 시간

밀라노–코르티나 2026은 처음부터 구조가 특별했습니다.
두 개의 도시에서 열리는 최초의 동계올림픽이었고,
성화대 역시 두 곳에 설치됐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불꽃도
한 사람이 아닌 세 명이 나눠 완성했습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Getty Image

이탈리아 스키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펼쳐 보이겠다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먼저 알베르토 톰바(Alberto Tomba)입니다.
1990년대 알파인 스키를 세계적인 스포츠로 끌어올린 슈퍼스타죠.
올림픽 금메달 3개, 월드컵 종합 우승,
그리고 무엇보다 스키 선수가 대중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인물입니다.

그다음은 데보라 콤파뇨니(Deborah Compagnoni)입니다.
여자 알파인 스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이죠.
올림픽 금메달 3회,
서로 다른 올림픽에서 정상에 오른 유일한 여자 알파인 스키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이탈리아 스키가 ‘스타’가 아니라 지속적인 강국이었음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동계올림픽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읽는 올림픽 이야기
©️AP
 

마지막으로 소피아 고지아(Sofia Goggia).
현재진행형 이탈리아 스키의 얼굴입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스피드 종목에서 세계 최정상급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죠.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현재를 상징합니다.

 

이 세 명을 한 장면에 세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 과거의 폭발력(톰바)
  • 완성된 레전드(콤파뇨니)
  • 그리고 현재와 미래(고지아).

 

밀라노–코르티나 2026의 마지막 불꽃은
두 도시를 잇는 동시에,
이탈리아 동계 스포츠의 과거–현재–미래를 한 번에 점화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성화 점화는
감동적인 연출이기 이전에,
아주 계산이 잘 된 메시지의 완성에 가까웠습니다.


마무리하며

동계올림픽의 마지막 성화 봉송자는
행사의 끝이라기보다
그 올림픽이 남기고 싶은 한 문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꽃보다 먼저
그 불을 들었던 사람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 올림픽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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