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끝판왕 웨이드 보그스와 최희 아나운서
당시 KBSN에서 해설을 했는데 밤에 진행된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인 '아이 러브 베이스볼'에도 종종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최희 아나운서와 진행을 하던 중에 둘 다 웃음이 빵 터져서 아주 남감했던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한 메이저리그 유명 타자의 징크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동시에 둘이 웃음이 터져버린 것입니다. 생방송이었기 때문에 진땀이 절로 났지만 한 번 터진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거 잘 아시죠? ^^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버트랜드 러셀은 "두려움은 미신의 주된 근원이며, 고통의 큰 이유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그것이 지혜로움의 시작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역사와 연대를 막론하고 미신 혹은 징크스 등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그리고 승패와 승부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스포츠에서는 미신과 징크스는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꼭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농구 천재 마이클 조든이 항상 안에다 모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파란색 농구 반바지를 입고 그 위에다 저지를 입었습니다.
골프 지존이던 타이거 우즈가 마지막 라운딩에 반드시 빨간 셔츠를 입거나, 과거 테니스계에 지배했던 비요른 보리가 윔블던 대회 2주간에는 절대 면도를 하지 않은 것, 투수가 노히트를 하고 있으면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 그리고 많은 선수나 지도자가 승리하면 내의나 양말을 빨지 않고 계속 입는 것 등등등 징크스와 미신은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도 유독 미신이나 징크스가 많은 스포츠가 야구입니다.
선수마다 별별 희한한 미신이나 징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쳐 간 수많은 선수 중에도 '미신의 종결자'라는 별명을 들을만한 선수가 있다면 바로 웨이드 보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8년생으로 18년간 MLB에서 활약한 보그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3루수로 명성을 떨쳤고, 뉴욕 양키즈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궜으며, 고향의 신생팀 탬파베이 레이스가 생기자 이적해 그곳에서 3,000안타를 돌파하고 은퇴한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20세기 후반 MLB에서 '타격의 달인'하면 NL에서는 샌디에이고의 토니 그윈, AL에서는 보스턴의 보그스가 가장 먼저 꼽혔습니다.
두 타자 모두 3000안타를 넘겼고, 타격왕도 각각 8번씩 타지했으며 삼진-볼넷 비율도 보그스가 1.89에 그윈이 1.82로 현대 야구에서는 최정상급이었습니다.

그러나 세밀히 분석하면 두 타자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그들의 타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보그스는 '칠 수 없는 공은 절대 안 친다!'
그윈은 '어떤 공이든 맞춘다!'
보그스가 통산 1412 볼넷을 얻으며 스트라이크존을 지배한 출루형 타자였다면(삼진 745개)
그윈은 삼진이 434개밖에 되지 않는(790볼넷) 공을 맞추는 배트 컨트롤의 달인이었습니다.
'투수는 그윈에게 맞아 죽고, 보그스에게 지쳐 죽는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 ^^
그런데 바로 그 보그스가 징크스 대마왕이었습니다.
경기 날이면 무려 80가지에 가까운 미신과 징크스를 신봉하는 선수였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런 이야기를 쭉 하다보니 최희 아나운서와 눈이 마주치며 웃음이 빵 터진 것입니다. ^^
그 외에도 수많은 미신의 의식을 치르면서 경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보그스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것을 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그는 천연덕스럽게 '하루를 금방 잘 보내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만약 (미신이) 하나나 두 가지밖에 없으면 긴 하루 동안 할 일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하루를 금방 보내기 위해 80가지에서 100가지쯤을 만들었고, 그것들이 잘 맞아떨어졌다. 일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는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면 훨씬 편안하고, 야구를 하는 데 꼭 필요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미신이나 징크스가 도움이 될까요?
이에대한 연구나 조사는 꽤 빈번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미신을 믿고 수행하는 것이 어느 정도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인 실시한 한 실험에서는 대상자를 둘로 나눠 골프의 퍼팅을 시도했습니다. 한 그룹에는 '행운의 공'을 사용하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일반 공으로 퍼팅했습니다. 행운의 공을 사용한 그룹의 성공률이 33%나 높았습니다. 물론 두 그룹은 똑같은 공을 사용했습니다.
그 외에 기억력 테스트와 문자 수수께끼, 그리고 동체이동력 테스트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할 때마다 한 그룹에게는 행운의 부적을 주거나, 손가락을 겹치는 행운의 표시 등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세 실험 모두에서 부적을 주었거나 미신적인 행위를 한 그룹이 월등하게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실험 대상자들의 행동과 의식을 분석한 결과 미신적인 행위가 자기 효능감, 즉 자신감을 높여주고 업무나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집중력도 높여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미신적인 요소로 얻은 자신감으로 더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연구진은 '경쟁이나 스포츠 등에 앞서 자신만의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신, 혹은 자신만의 의식은 '간단하고 실행하기 쉬우며 타인이나 다른 것에 의존하는 않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에 동의하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그런 미신과 의식이 웨이드 보그스에게는 제대로 통했습니다.
12차례나 올스타에 뽑힌 보그스 통산 3할2푼8리의 놀라운 타율과 함께 3,010안타를 쳤고, 7년 연속 200+ 안타와 8번의 AL 타격왕을 차지했습니다. 이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MLB 명예의 전당에도 후보 첫해에 당당히 입성했습니다.
홈런 타자는 전혀 아니었음에도(통산 118개) 3,000+안타를 친 타자 중에 최초로 3,000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한 것도, 어쩌면 그의 미신이 어떤 작용을 한 것은 아닐까요. ^^ (보그스 후에 칼 립켄 주니어,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3000안타를 홈런으로 장식)

보그스의 존재감은 상대 팀에는 늘 부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미신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팀에서 장난을 친 적도 있습니다. 정확히 7시 17분에 보그스가 외야에서 마지막으로 달리기로 몸을 푼다는 것을 알고는 외야 전광판 시계를 작동해서 7시 16분 후에 곧바로 7시 18분으로 넘어가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보그스는 달리기를 거르지는 않았고, 그날 2안타를 추가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지만 징크스나 미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재능입니다. 그리고 보그스는 징크스의 달인이었습니다.
알럽베 최희 아나운서와 빵 터진 순간 영상입니다.
https://youtu.be/XwOQmoeoAXU?si=Fmr_iojSGPdZkKy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