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till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저는 코비를 NBA Live 98로 처음 접했습니다.
게임으로 말이죠.
사실 왜 하필 코비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단지 쨍한 노란색 유니폼에 게임에서 멋지게 덩크하던 코비가 좋아서 레이커스가 좋아졌습니다.
농구 룰도 제대로 모르던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뭘 알고 봤을까요? 그냥 멋져서 봤습니다.
그 이후로 99-2000 시즌부터 나름의 방법으로 NBA를 챙겨서 봤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3-peat 시절을 제대로 누렸던 것 같네요.
ITV 인지 경인방송인지 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가끔 주말에 하던 NBA 방송을 보기도 했고요.
종이 신문에서 레이커스 관련 기사만 오려서 연습장에 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본가에 가면 스크랩했던 연습장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네요.
제가 유일하게 코비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제 기억이 맞다면) 2002-03 시즌 레이커스 선데이 리복 레플리카 유니폼입니다. 중학생 시절, 어머니를 졸라서 당시 중학생에게 엄청난 거금이었던 7만원을 들여서 온라인 몰에서 샀습니다. 배송하는데 장장 한달이 걸렸던 것으로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전 노란색 유니폼을 너무 갖고 싶었지만, 당시 선데이 유니폼이던 화이트만 유일하게 재고가 있었고
중학생이던 저에게 너무나도 사이즈가 컸던 라지 사이즈로 구매를 했었네요.
나이가 서른 후반에 다다른 지금 입어도 넉넉하게 맞는 정도입니다.
유니폼을 사놓고서는 제대로 보관을 하지 못해서 상태가 엉망이기는 하지만, 코비는 제 인생에 나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레이커스가 오늘은 이겼는지 nba.com에 들어가서 확인하느라, 영어를 강제로 배웠습니다.
해외 경험이라곤 전혀 전무한 저에게 영어를 배워야 할 이유를 주었고, 결국 나중에 전공을 영어영문학으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할까요? 한국에서 쭉 살아왔지만 제 현재 업무의 팔할 이상이 영어로 이루어집니다. 제 밥벌이까지 결정하게 된게 아닌가 싶네요.
코비 업적과 그의 멘탈리티에 대해서는 굳이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오랜 팬으로서 그의 경기를 볼 수 있었음에 영광과, 그리고 그의 실제 경기 장면을 현장에서 못봤다는 평생의 아쉬움과, 이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항상 공존합니다.
저는 저 저지를 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코비도 코비이지만 NBA, 레이커스, 코비에 미쳐있었던 제 유소년기를 가장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시점에서, 저 유니폼은 아직도 제 옷장에 어렸던 시절을 그대로 간직한채 잠들어 있습니다.
.
.
.
제 8살짜리 미니미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카이리 어빙입니다. 카이리 어빙이 가장 따랐던(?) 선수가 코비였으니, 느낌이 묘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공모전을 너무 늦게 확인한지라, 포스팅도 너무 늦은 것이 아니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