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레이커스 경기 유니폼

1998년, 제가 11살이었을 때 부모님을 따라 LA에 살게 됐습니다. 그때 농구를 알게 된 어린 저는 사실 코비를 깊이 알았다기보다, 그냥 다들 좋아하고 유명하니까 덩달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코비 얘기를 하면 저도 같이 따라 외치고,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죠.
그런데 경기를 보다 보니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화려한 덩크나 슛 때문이 아니라, 중요한 순간마다 눈빛이 달라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서 더 절실하게 뛰는 모습에 점점 끌렸습니다. 단순히 스타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와 자세가 제 마음을 흔든 거죠.
그날도 스테이플스 센터에 갔습니다. 엄청난 소음, 퍼플 앤 골드로 물든 관중석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저는 경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코비 이름을 불렀습니다. 사실 제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냥 열한 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었을 뿐이죠.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빠져나가던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비가 제 쪽을 보더니 다가와서, 입고 있던 유니폼을 벗어 제 손에 쥐여준 겁니다. 저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냥 얼떨결에 그걸 붙잡고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아버지가 제 어깨를 툭 치며 “잊지 마라, 이런 건 평생에 한 번이다”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말이 지금까지도 기억납니다.
그 유니폼은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입니다. 처음엔 방에 걸어두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자랑하기 바빴습니다. 시간이 지나 한국에 돌아와 대학을 다니고, 직장인이 된 지금은 제 방 구석에 액자처럼 걸려 있습니다. 색은 바랬지만,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의 설렘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코비를 직접 만난 순간은 사실 너무 짧았고, 그땐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경험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힘든 시기에 “살다 보면 또 그런 특별한 순간이 오겠지”라는 믿음을 주었거든요.
저에게 코비는 인생에서 우연히도 직접 손에 닿았던 꿈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 캠페인에 제 이야기를 남기는 건, 그때의 11살 아이와 다시 한 번 마주하는 경험 같아 벅찹니다.


